즐겁고 흥미롭게… 혹은 버겁도록 난해하게

    입력 : 2007.09.13 00:55 | 수정 : 2007.09.13 03:3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상하는 코스별 가이드





    지난해 10월 7일 저녁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20세기 마지막 천재 작가로 불리는 사라 케인(영국)의 연극 ‘정화된 자들’을 관람하던 관객 중 수십 명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서울국제공연예술제(www.spaf21.com) 개막작이었던 이 연극은 김광림 전 예술감독도 못 견딜 만큼 거칠고 난해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연극축제인가”라는 물음까지 낳았던 이 축제가 오는 20일부터 10월 14일까지 다시 관객을 만난다. 올해 공연 리스트 38편(해외 17편)을 짠 김철리 현 예술감독은 “관객과 예술계에 자극을 주고 싶다”며 “논란을 일으킬 작품은 이번에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 참가작의 경우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난이도별 가이드를 내놓았다.

    ◆A코스…초보 관객도 즐겁다

    연극으로는 라트비아에서 오는 ‘롱 라이프(Long Life)’, 스위스 참가작 ‘미친 밤’이 있다. 무용 중엔 이스라엘의 ‘쉐이커(Shaker)’, 캐나다에서 오는 ‘MAPA/자크의 방’을 추천한다. 노인들의 소외를 포착해 여러 연극제에서 수상한 ‘롱 라이프’는 가장 먼저 매진될 전망이다.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도 참가하는 ‘미친 밤’은 70분부터 0분으로 거꾸로 흐르는 디지털 시계를 통해 환상과 기억을 뒤섞은 작품이다.

    축제 사무국은 A코스 대표작으로 ‘쉐이커’를 뽑았다. 투명한 유리구슬 안에 하얀 눈이 내리는 스노볼을 무대에서 표현한다. 안무가는 동화적 환상을 자아내는 무대에 현악, 피아노, 일본 엔카, 성악을 흘려 보낸다. 팀 버튼 영화의 무용적 변형에 가깝다. 10월 13~14일 서강대 메리홀.

    ◆B코스…도전해 보세요

    프랑스 연극 ‘돈키호테’와 체코 연극 ‘웨이팅 룸(Waiting Room)’, 벨기에 무용 ‘백색의 방’과 한·중·일 합작 무용 ‘그 때 그 시간’이 꼽힌다. 매진이 임박한 ‘돈키호테’는 1인극으로 채소장수, 목동, 무용수 등으로 변신하는 배우의 연기술에 집중할 수 있다. ‘백색의 방’은 흰 천 앞에 놓인 작은 탁자만을 이용, 전통적인 무대 화법인 반복과 변주를 밀어붙이는 수작이다.

    이 코스의 대표작 ‘웨이팅 룸’은 지난해 에든버러 축제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한 신체극이다. 감정을 언어가 아닌 몸의 움직임으로 전달한다. 대사가 조금 있지만, 연출가의 뜻대로 자막은 쓰지 않기로 했다. 9월 28~30일 남산 드라마센터.

    ◆C코스…마니아가 아니라면 피하시길

    논란을 일으킬 만한 작품들이다. 연극으론 루마니아에서 온 ‘고도를 기다리며’,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의 ‘세일즈맨의 죽음’, 인도의 ‘아라비안 나이트’ 등이 있다. 프랑스에서 온 무용 ‘두 개의 시선’, ‘칸토르 상영회’도 일반 관객 입장에선 버거운 자리로 꼽힌다.

    C코스의 기대작은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세일즈맨의 밑바닥 고통, 음울한 측면을 숲의 무대로 드러낸다. 자동차 사고는 아예 등장하지 않고, 소파에서 TV 보며 휘파람을 불다가 곧장 장례식장으로 넘어가는 엔딩이 강렬하다. 농도 짙은 섹스 장면이 들어 있어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정해졌다. 10월 8~9일 남산 드라마센터. 문의 (02)3673-25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