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원초적' 급소

〈제8보〉(93~106)=온소진은 다소 특이한 유년 시절 추억을 갖고 있다. 바둑학원에 1년 여 동안 다니다가 근처 기원으로 무대를 옮겨 실전 연마에 주력한 것. 처음 보는 아저씨들 틈에서 이 ‘천재 소년’은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아저씨 고수(高手)들에게 바둑을 졌을 때 장난 삼아 ‘뿅 망치’로 머리를 맞곤 했었다”는 게 본인의 회상. 초등학교 5학년 때 프로를 지망하면서 권갑룡 도장에 등록할 때까지 이 같은 시절은 계속됐다.

93은 106으로 때려내는 것이 제법 큰 자리. 하지만 참고도 6까지 미생(未生)으로 쫓기는 게 다소 불안하다. 결국 93으로 ‘대양(大洋) 진출’을 꾀했고 백도 기세로 94로 때려낸다. 98까지 일단락. 이 부근의 흥정에서도 흑은 약간 벌었다. 99는 원초적(?) 급소. 이 수순을 빼앗겨선 백에게 낙이 없는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105까지 역 포위 당하자 백도 사는 게 급해졌다. 106은 그런 뜻에서 당연한 수. 하지만 이 수가 또 한번 무심결에 범한 대 실착이었다. 106에 앞서 반드시 밟아야 할 수순을 놓친 것이다. 106이 왜 문제였고 어떤 ‘사전 조치’가 필요했는지, 그 진상은 다음 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