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즐거운 인생' 이준익 vs 장근석을 만나다

영화 '즐거운 인생'의 두 '별표' 이준익 감독과 장근석을 만났다.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등을 잇따라 히트시킨 이 감독이 자타공인 스타 감독이라면, '즐거운 인생'(13일 개봉)을 통해 미소년 배우에서 남자 배우로 거듭난 장근석은 확실한 예비 스타다. 스물여덟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희희낙락 농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인생'이었다.

★'뜬 별' 왈

"얘(장근석)는 '가오'가 있는 녀석이야. 대체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 사람들 눈치도 보게 되고 비굴해지거든. 그런데 이 녀석은 늘 당당하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장근석이 연기한 현준은 중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 역할. 때문에 많은 젊은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뛰어난 음색과 '뽀사시'한 외모를 자랑하는 장근석이 낙점됐다. "현준은 관객들의 시선을 모아줘야 돼. 그런데 얘는 얼굴(가오)이 되잖아."

이 감독은 지난해 '라디오 스타'를 찍으면서 평소 갖고 있던 음악에 대한 동경을 3부작 시리즈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기획된 영화가 바로 '즐거운 인생'과 차기작 '님은 먼 곳에'다. "학창시절부터 음악은 정말 좋아했지. 직접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악기는 없지만서두… 못 하니까 컴플렉스 해소하려고 영화 만든거지 뭘."

"컴플렉스 때문"이라고 말은 했지만 세대 간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매개체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따로 노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어른들한테 먼저 다가서기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이터(홍대)에 직접 가는 걸로 설정했지. 음악하고 노니까 세대 차가 없어졌잖아? 그냥 성욱이(김윤석) 말대로 하고 싶은 것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 감독은 자신의 이같은 모토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50CC짜리 소형 스쿠터를 타고 다니다가 최근에는 250CC짜리 스쿠터를 장만하려고 오토바이 면허증까지 새로 땄다. "50CC짜리로 출퇴근을 했는데 영 힘이 달려. 도로에서 멈춰 서서 망신 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 지천명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이 감독. 그는 지금 새 스쿠터 장만의 꿈에 부풀어 있다.

★'뜰 별'의 왈

감독은 그를 치켜세워줬건만, 배우는 대뜸 "감독님은 '곤조'가 없다"고 화답했다. 너무 '영'한 감독과 정반대로 젊은 배우는 오히려 애 늙은이다. 장근석의 말마따나 이 감독은 물렁물렁하다. 고집스러운 여느 감독들과는 달리 웬만하면 한 번에 오케이다. 배우들이 오히려 어리둥절해 할 정도다. 대신 부드러움에서 오는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영화를 찍는다. "현장에서 제일 막내였지만 한번도 주눅이 든 적도 없었고, 심지어 술을 마시면서 제가 낸 아이디어가 다음 날 콘티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죠. 그게 바로 감독님의 매력입니다."

장근석은 이미 10대때 모 이동통신사 CF 모델로 이름을 알렸다. 따지고 보면 연기자 '짬밥' 10년차다. 한데 남들이 부러워하는 '동안'이 오히려 '연기자' 장근석에게는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기자 시사회가 끝난 직후부터 '장근석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장근석 본인 스스로도 "이미지 변신은 엄청난 소득이다. 또 무엇보다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제는 배우가 뭔지, 배우가 해야 할 것이 뭔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무엇보다 외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면 연기에만 신경쓸 수 있어서 좋았구요." 스크린에서의 멋진 모습이 '막 굴린' 것이라니 '안습'이지만, 간만에 똘똘한 신인 배우가 등장한 것 같아 기분은 좋다.

'배우는 배우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신념의 소유자 장근석. 그의 다음 목표는 피아노다.

< 김천홍 기자 scblog.chosun.com/flash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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