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가미카제

〈제9보〉(106~122)=바둑이란 무엇일까. 여러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좋은 곳을 제때에 차지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 개념도 요구하고 있다. 어떤 급소, 맥점도 수순(手順)이 어긋나면 빛이 바랜다. 이 판만 해도 백은 앞서 △의 급소 일격을 한 박자 늦추는 바람에 고전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았는가.

비슷한 사건이 106에서 또다시 발생한다. 참고 1도 1, 2를 선수 교환한 뒤 3으로 살아야 했다. 그런 뒤 9까지 수습하는 것이 최선. 그 교환 없이 참고 2도 1, 3은 4 때 A의 부담 때문에 B로 달릴 틈이 없다. 뒤늦게 108에 갔으나 흑도 이제는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109, 110의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이 거래는 집으론 비등하지만 우변의 엄청난 잠재력에다 선수까지 가져간 흑의 대득. 여기서 바둑은 뚜렷이 흑에게로 기울었다. 112는 가미카제 식 돌격대. 흑은 113으로 모자 씌워 공격을 통한 모양 정비에 나선다. 잡을 생각은 없다. 그럭저럭 122까지, 여간해선 잡히지 않을 자세를 갖췄다. 120부터 백은 먼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 흑의 다음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