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판매 여부 따라 미술관 등록 취소될 수도…”

    입력 : 2007.09.18 00:39 | 수정 : 2007.09.18 02:38

    위기의 성곡미술관
    지난주 주요 관계자 3명 검찰 출두해 조사 받아
    “신정아 개인 일이더라도 미술관 권위에 치명적 흠”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성곡미술관의 입구에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 미술관은 지난 7월까지 학예실장으로 근무했던 신정아씨의 허위 학력 파문 이후 위기에 처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허위 학력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35·전 동국대교수)씨가 학예실장으로 근무했던 성곡미술관(관장 박문순)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신정아씨가 2005년 성곡미술관 기획전 ‘쿨&웜’에 전시됐던 작품 두 점을 기획예산처에 판매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고, 기업 후원금 유치 배경, 증권계좌에 들어 있는 돈의 출처 등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씨가 이번 파문이 일기 전 뉴욕의 지인에게 “미술관이 후원금 일부를 주식투자에 사용하고 있어 문제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후원금 전용(轉用) 여부와 미술관의 개입 여부도 주목된다. 검찰은 이미 지난주에 박문순 성곡미술관장 등 미술관 관계자 3명을 불러 이에 대한 조사를 했다. 박 관장은 신씨의 허위 학력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두 달째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또 신씨 재직 중 성곡미술관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관계자들은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우선 신씨가 성곡미술관 기획전에 나왔던 작품 두 점(윤영석의 ‘움직이는 고요’와 황규태의 ‘큰일 났다, 봄이 왔다’)을 기획예산처에 판매하고 커미션을 받았는지가 관건이다. 만일 받았다면, 이는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27조 6항에 따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전시작품 등 ‘미술자료’를 알선·중개한 경우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다. 문화관광부 홍진근 연구관은 “미술관은 비영리기관이므로 전시작품을 팔면 안되고, 어겼을 경우 법대로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곡미술관측은 이에 대해 “우리 미술관은 작품 판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신씨가 작품 판매를 실제 알선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동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장은 “신정아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도 그가 학예실장 신분이었으므로 미술관도 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등록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미술관의 공공성과 권위에는 치명적인 흠”이라고 말했다.

    갤러리(화랑)는 전시의 목적 자체가 ‘판매’에 있지만, 미술관은 작품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래서 갤러리 종사자는 ‘딜러’로 불리고 경매회사 종사자는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데 미술관 종사자만 ‘큐레이터’로 불린다. 한 미술품 딜러는 “신씨에게 제기되는 각종 의혹은 결국 그가 큐레이터이면서 딜러 역할을 겸했을 가능성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성곡미술관이 신씨 재직 중 기업 12개로부터 8억5000만원어치의 후원금을 받아 다른 미술관과 비교해 월등하게 많은 재정적 후원을 받았던 배경과 2002년 문예진흥기금 1200만원을 받은 이유도 관심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정아씨는 2002년 10월에 문예진흥기금 4000만원을 신청해 1200만원을 받았다. 이재웅 의원은 17일 “당시 기금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19개 대상자 중 주요 심사 기준 중 하나인 대표자의 활동실적을 기입하지 않은 것은 신정아씨가 유일했다. 편파심사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