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박시연, "아무것도 모른채 겁탈장면 촬영"

'사랑' 열병앓은 박시연

"'사랑'은 여운이 많이 남아요."

영화 '사랑'(감독 곽경택)의 여주인공 박시연은 여전히 영화 속 미주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캐릭터에 빠져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녀에게 '사랑'은 중요한 작업이었다.

박시연은 촬영하는 3개월 동안 부산에서 영화만 생각하며 지냈다. 아침에 눈뜨면 촬영장으로 나가 곽경택 감독, 상대배우 주진모와 '사랑' 이야기만 했다. 이렇게 매일매일 사랑에 둘러싸여 지냈다.

"이번만큼 열심히 촬영했던 적이 없는 거 같아요. 현장이 열정으로 넘쳐나 빨리 촬영하러 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촬영장에서 웃고 떠드는 즐거운 시간은 거의 없었다. 지독한 운명의 첫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삶의 무거움과 사랑의 진중함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했기 때문. 잠깐 쉬는 시간에도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집중한 상태였다.

어찌보면 재미없는 현장이었을 법하다. 그러나 배우들의 진지함에 감독과 스태프 모두 현장 몰입도는 최고였다.

"촬영장에 리허설은 없고, 대화만 있었어요."

처음엔 리허설이 거의 없는게 이상했다. 리허설 대신 곽 감독은 주진모 박시연과 계속해서 대화했다. 그녀에게는 액션과 사투리 대사를 맞춰보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인물의 이해와 감정의 상황, 몰입을 대화로 끌어들였다. 결국 계산된 액션 없이 순수하게 박시연이 느끼는 감정이 연기로 표출됐다.

심지어 치권(김민준)에게 겁탈당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진짜로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어떤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마라'는 감독의 미안해하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 그녀가 흘리는 눈물이 예사롭지 않다. 보통의 여배우들이 예쁘게 울기 위해 흘리는 가식적인 눈물과는 비교가 안됐다. 주체할 수 없이 자꾸만 흘러나오는 눈물에 그녀의 진실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영화 '사랑'은 채인호(주진모)가 초등학교 때부터 사랑했던 미주(박시연)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는 내용으로, 둘의 지독한 운명과 사랑을 그렸다. 오는 목요일(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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