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노련한 21세

〈제11보〉(143~171)=젊은이는 패기(覇氣)로 부족한 노련미를 메운다는 게 승부세계의 상식. 하지만 요즘 바둑계에선 노련미마저 청년들 차지가 돼버렸다. 20세 전후 기사들의 형세판단은 얼음같이 냉정하고 끝내기는 기계처럼 정확하다. 초읽기에도 눈썹 하나 까딱 않는다. 그 위력은 종반으로 갈 수록 커져 나이든 선배들을 ‘두 번 울린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입단 문호 속에 소년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련을 거쳐 프로가 된다.

△에 흑은 143 이하 151까지 우하귀를 챙긴다. 차분함이 70노인 같다. 152가 불가피해 백은 선수(先手)까지 빼앗겼다. 이럴 바엔 144로는 145에 빠져 옥쇄(玉碎)를 택하고 싶은 장면. 참고 1도나 2도 모두 의외로 쉽게 잡힐 모양이 아니다. 아무튼 실전은 너무 얌전했다는 중론.

155가 컸다. 166까지 권리 행사 후 달려간 167도 10집을 호가한다. 170은 흑 ‘가’를 겁낸 수. 이 일대서 백의 투자가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재확인되고 있다. 171에서도 신세대 강자다운 침착함이 묻어난다. 그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대충 돌을 거두는 게 어떻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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