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의 대화 음악으로 말하는 뮤지컬 영화

음악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있고, 삶이 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아일랜드산 영화 ‘원스’(Once·전체관람가)는 음악으로 이야기 하는 뮤지컬 영화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단순히 대사를 음악으로 바꾼 게 아니다. 마치 사랑에 관한 뮤직비디오 몇 편을 유려하게 이어놓은 것처럼 음악은 그들의 의사소통과 감정 표현을 이끌어간다. 존 카니 감독은 밴드 베이시스트 출신이고 남자 주연인 글렌 한사드는 감독과 함께 밴드를 했던 뮤지션이다. 그의 상대역 마르게타 이글로바도 체코 출신 가수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그렇다고 뮤지컬 영화를 지배하는 화려한 주제곡에 정신이 팔려 그 노래만 남는 기존 스타일과 달리 무척이나 수수한 음악적 매력 속에 그들의 연기는 더 돋보인다. 영화관에서 돌아가는 길 내내 설렘과 풋풋한 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나게 만들었으니까.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글렌 한사드)는 꽃을 팔면서 점심시간마다 악기사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는 그녀(이글로바)를 만난다. 가난하지만 노래를 하기에 행복했던 그들은 런던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함께 녹음 작업을 한다.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피아노 연주 장면이 유쾌 발랄한 느낌이라면, 이들의 피아노 연주는 가을 낙엽 길처럼 무언가 애달프다. 그들은 나중에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 건 음악에 대한 공감대 때문이었다.

2007 더블린 국제 영화제 관객상 수상,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 등에서 증명되듯 관객들을 매혹시켜 버린 그들의 사랑은 이국적인 더블린의 풍광과 잘 버무려져 더욱 신비하게 다가온다. 국내엔 지난 8월 열렸던 제천 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8월 14일 발매된 OST는 영화 개봉 전부터 각종 라디오 신청곡으로 자주 오를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