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추석 아성 무너지나..입지마저 흔들

추석 아성이 무너지나?

언제부터인가 추석 차례상에 외국산 농수산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국영화의 입지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한국영화가 기지개를 펴던 2000년 이후부터 매년 설과 추석 연휴만큼은 한국 영화의 잔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지난 2005년 추석 연휴에 조니 뎁 주연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3위에 오른 것이 외화 최고 성적일 정도였다.

그런데 올 추석 성적표는 조짐부터 심상찮다. 상반기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던 극장가는 지난 달 '디 워'와 '화려한 휴가' 두 대작의 쌍끌이 흥행과 함께 활기를 되찾는 듯 했다. '추석용' 영화 역시 많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편 수는 많은데 뚜렷한 대박감은 안 보인다'는 평 속에 개봉된 '추석 영화'들의 성적은 현재까지 신통찮다.

가장 먼저 개봉됐던 추석 영화들 중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아예 개봉 일주일 만에 서울 상영 스크린이 단 한 개 밖에 남지 않는 수모를 당했고, 본격적인 '추석 대전'의 시작인 지난 주 개봉작들도 굴욕을 당했다.

주요 개봉작들이 박스 오피스 10위권에 고루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1위 자리는 할리우드 영화 '본 얼티메이텀' 차지였다. 특히 한국영화들은 최소 350여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된 반면, 300개도 안 되는 스크린으로 출발했던 '본 얼티메이텀'은 오히려 400개 이상으로 상영 스크린 수를 늘렸다. 그나마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 대항마 역할을 했을 뿐, '두 얼굴의 여친' '즐거운 인생' 등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얻었다.

목요일(20일) 개봉하는 '사랑' '상사부일체'가 각각 평단의 호평과 두터운 고정팬을 내세워 선전을 다짐하고 있지만, 올 추석 극장가는 갈수록 혼전 양상을 띌 전망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특별히 센 작품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각 배급사 별로 자사 작품의 현재 스크린 수 유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우선 관객을 확 잡아 끌 만한 한국영화가 없는 것이 문제지만, 배급 상황 등 여러 면을 종합해 볼 때 '본 얼티메이텀'의 위협이 예사롭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제 주진모와 조폭 3인방마저 무너지면 도리가 없다. 까딱하다가 올 추석은 제이슨 본의 추수 감사절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추석영화 흥행 성적 년도 순위 제목 2005 1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2005=2=웰컴 투 동막골 2 웰컴 투 동막골 2005 3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6=1=타짜 1 타짜 2006 2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2006 3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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