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긴 추석 연휴. 고향 가는 발걸음이 즐겁기도 하지만 기운 빠지는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오가는 차 안에서 기운 빠지고, 처녀 총각들은 어르신들 등쌀에 괴롭고, 주부들은 일 스트레스에 운다. 이럴 땐 극장으로 달려가보자. 팝콘에 영화 한편은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올 추석 볼 만한 영화들은 어떤 게 있을까. < 편집자 주>
입양아-사형수 아버지의 만남
★마이 파더(한국, 드라마)
감독 황동혁, 주연 다니엘 헤니, 김영철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 미군으로 지원한 입양아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는 카투사 친구의 도움으로 입양 전 잠시 머물렀던 춘천의 한 보육원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자신의 한국 이름이 공은철이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방송을 통해 친부를 만나게 된 제임스. 그러나 아버지가 10년째 복역 중인 사형수(김영철)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서먹한 첫 만남을 갖게 된다. 면회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연민의 감장이 싹트게 되지만,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는 사형수와 제대 후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제임스의 만남은 안타깝기만 하다.
☞애런 베이츠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다니엘 헤니의 연기력이 놀랍기만 하다.
명배우 하명중 감독 복귀작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한국, 드라마)
감독 하명중, 주연 한혜숙 하상원
노년의 작가 최호(하명중)는 딸에게 첫사랑을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다. 그가 작은 보따리를 하나 들고 달려간 곳은 재개발을 위해 폭파를 앞두고 있는 구파발의 한 동네.
그가 만나러 간 첫사랑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 이영희 여사(한혜숙)다. 어머니는 밀전병을 구울 때도 예쁜 꽃을 올려놓고 집안에서도 항상 고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편도 없이 혼자 하숙을 치며 자식 셋을 다 키워내는 억척스러운 아줌마였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을 빼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최호(하상원)는 신춘 문예에 등단해 작가로 데뷔한다.
☞명배우 출신 감독 하명중의 연출 복귀작. 세련된 감각은 없지만 묵직한 감동을 준다.
함량미달 3인조의 한탕작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한국, 코미디)
감독 김상진, 주연 나문희 강성진 유해진 유건
매맞는 게 일상다반사인 '약골도범'(강성진), 외모는 야생버섯이나 심성은 비닐 하우스 속 꽃봉오리 같아 수시로 상처받는 '소심근영'(유해진), 공부건, 구직이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무뇌종만'(유건). 이 함량미달 '굴욕 3인조'들이 한 탕을 터뜨리기로 한다. 이들의 목표는 국밥재벌 권순분 여사(나문희). '여자니까 '약골도범'보다 힘도 약할 것이고, 돈은 쌓아놓고 사실테니 '무뇌종만'도 평생 먹고 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도범은 죽도록 맞고 근영은 눈물마를 날이 없다. 그런데 자기가 직접 몸값을 받아 주겠단다. 그 금액은 자그마치 500억원! 인질과 인질범이 혼연일체 드림팀을 결성했다.
☞코미디 전문 김상진 감독의 작품. 특유의 정신없는 유머가 펼쳐진다.
록밴드 활화산 20년만의 재결성
★즐거운 인생(한국, 코미디)
감독 이준익, 주연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
20년 전, 3년 연속 대학가요제 탈락을 끝으로 해체된 록밴드 활화산 멤버들. 지금은 명퇴 후 눈칫밥을 먹고(정진영), 밤낮 택배에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고(김윤석), 기러기 아빠(김상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날 홀연히 밴드를 재결성키로 한다. 리드기타 기영, 베이스 성욱, 드럼 혁수는 녹슬어버린 연주와 삑사리 나는 노래 실력을 견디다 못해, 죽은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에게 보컬을 부탁한다. 싸가지만 빼고 외모, 실력까지 겸비한 완소남 보컬 현준의 투입으로 무대 위에서 제대로 놀 수 있게 된 멤버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그들에게는 또다시 최대 고비가 다가온다.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감독이 1년 만에 내놓은 '음악 3부작' 중 두번째 작품. 인간적인 유머와 감동이 있다.
봉태규 - 정려원 러브스토리
★두 얼굴의 여친(한국, 코미디)
감독 이석훈, 주연 정려원 봉태규
대학 7학년 백수에 돈 한푼 없어 남들이 먹다 남긴 과자부스러기를 주워먹는 찌질한 인생의 최고봉인 구창(봉태규)은 지갑을 주운 게 계기가 돼 아니(정려원)를 만나게 된다. 구창은 헤어진 남자 친구를 잊지 못해 자꾸만 엉뚱한 사건을 만드는 그녀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위로한답시고 키스를 하려는 찰나 아니는 무섭도록 돌변한다. 몸 속에 또다른 인격체인 하니가 있는 것이다. 불량배들과 1대 4로 붙어도 거뜬히 해치우고 툭하면 욕설을 날리는 그녀 때문에 구창의 얼굴엔 멍이 가실 날이 없다. 하지만 아니는 자신이 다중인격이라는 것을 몰라 구창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봉태규표 코미디와 려원의 깜찍함이 돋보인다.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많다.
초등학교 첫사랑과의 조우
★사랑(한국, 드라마)
감독 곽경택, 주연 주진모 박시연
어려운 집안 환경 때문에 불량 서클을 탈퇴하고 유도부 생활에 열심인 인호(주진모)는 우연히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미주(박시연)를 만나게 된다. 앞으로 그녀를 꼭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인호. 하지만 그녀는 죽은 어머니가 진 노름빚 때문에 완월동 건달 치권(김민준)으로부터 위협받게 된다. 결국 인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권과 맞붙고, 살인미수 혐의로 감옥 신세를 지게 된다. 형기를 마치고 나오지만 미주는 온 데 간 데 없고, 인호는 일본으로 갔다는 그녀를 찾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다 유 회장(주현)을 만나 새 인생을 살게 되는 듯 하다. 그러나 다시 만난 미주는 가질 수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 돼 버렸는데….
☞너무나 처절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여성팬은 주진모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들 듯.
계두식 드디어 대학 졸업
★상사부일체(한국, 코미디)
감독 심승보, 주연 이성재 손창민 김성민 박상면
드디어 대학교 졸업장을 따고 강남을 맡게 된 계두식(이성재). 조직의 구조를 글로벌 하게 만들라는 큰 형님(손창민) 하명에 따라 '대기업 벤치마킹 프로젝트'를 강행하게 되고, 유일한 4년제 대졸자 두식이 일을 떠맡게 된다. 대기업에 위장 입사한 두식, 그러나 기대했던 기획실이 아닌 보험영업을 맡은 두식은 창립 이후 사상 유례없는 첫 달 5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린다. 실적을 인정받아 회장 특별지시로 기획실에 입성하는 두식. 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만년대리 김 대리(전창걸)와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에 대한 박 소장(정환)의 횡포는 날로 심해지고, 두식은 그의 음모를 알아챈다.
☞'두사부일체'의 세번째 시리즈. 특별함은 없지만 머리를 비우고 웃어넘기기엔 무리도 없다.
인간 변이 시키는 외계생명체
★인베이젼(미국, 스릴러)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 주연 니콜 키드먼, 다니엘 크레이그
정신과 의사 캐롤 버넬(니콜 키드먼)은 환자 중 한 명이 자기 남편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간단한 약을 처방한다. 그리고 아들 올리버와 친구들의 할로윈 행사를 지켜보다 사탕 주머니 속에서 정체 불명의 이상한 물질을 발견하게 되고, 아들의 친구 중 한 명이 이상하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캐롤은 동료 의사이자 친구인 벤 드리스콜(다니엘 크레이그)과 스티븐 박사(제프리 라이트)에게 사탕 주머니에서 발견한 이상한 물질의 조사를 의뢰하고, 그 물질이 인간들이 잠자는 사이 침투해 겉모습은 그대로 둔 채 정신세계만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니콜 키드만과 다니엘 크레이그. 캐스팅은 이보다 화려할 수 없지만, 일단 미국 현지 반응은 별로였다.
암살 요원의 기억력 되찾기
★본 얼티메이텀(미국, 액션)
감독 폴 그린그래스, 주연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최고의 암살요원 제이슨 본(맷 데이먼). 사고로 잃었던 기억을 단편적으로 되살리던 제이슨 본은 자신을 암살자로 만든 이들을 찾던 중 블랙브라이어라는 존재를 알게 된다. 블랙브라이어는 비밀요원을 양성해내던 트레드스톤이 국방부 산하의 극비조직으로 재편되면서 더욱 막강한 파워를 가지게 된 비밀기관. 그들에게 자신들의 비밀병기 1호이자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제이슨 본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다. 니키의 도움으로 블랙브라이어의 실체를 알게 된 제이슨 본은 전 세계를 실시간 통제하며 자신을 제거하고 비밀을 은폐하려는 조직과 숨막히는 대결을 한다.
☞'본' 시리즈의 결정판. 업그레이드된 액션이 돋보이지만 전편을 안 봤다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줄어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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