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랑' 너무 처절해 아름다운 '사나이 순정'

선 굵은 작품세계에 거친 사내들의 땀방울을 담아온 곽경택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엔 한 여자에게 목숨을 건 한 사내의 애끓는 사랑 이야기다.

목요일(20일) 개봉된 영화 '사랑'은 '친구’'챔피언’'태풍'에 이어 곽경택 감독이 일곱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곽 감독 특유의 비장한 남성미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섬세한 감정적 교감보다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사내의 순정이 직접적인 화법으로 펼쳐진다.

부산을 배경으로 했으며, 진한 사투리와 폭력조직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친구'의 멜로 버전이라는 평을 들을 만하다.

'사랑'의 주인공 인호(주진모)는 초등학교 동창인 미주(박시연)에게 첫눈에 반한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감옥까지 끌려가지만, 출감 후 그를 기다리는 것은 잔인한 이별. 소식 없이 사라졌던 미주가 세월이 흘러 기구한 운명으로 다시 나타나자, 인호는 외길을 향해 달려간다. 어린 시절 "서로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랑 앞에 운명을 던지는 한 남자의 비극. 어찌 보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랑'은 새롭다.

미다스의 손인 곽경택 감독과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은 104분의 러닝타임에 속도감을 더했다.

'친구'를 통해 '스타' 장동건을 '배우'로 만들었던 곽 감독은 이번에도 주진모의 조각 같은 얼굴에 수백 개의 표정을 담아냈다. 그간 완소남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주진모는 단독 주연으로서 관객들을 자유자재로 휘어잡는 내공을 발휘한다. 시사회 관객들에게 명대사로 꼽히는 "지랄 같네. 사람 인연"은 순전히 그의 애드리브. "이 영화에 모든 것을 던졌다"는 주진모의 열정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또 박시연의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도 돋보인다. 감정 과잉으로 흐르기 쉬운 캐릭터인데, 이야기 흐름을 함께 타는 순발력이 눈에 띈다.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단비로 주목받을 만하다.

금상첨화, 악역을 맡은 김민준은 두 연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비열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단, 가벼운 사랑과 하룻밤 욕망에 익숙한 요즘에 이들의 묵직한 화법이 얼마나 어필할지가 흥행의 관건이 될 듯. "편집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는 곽 감독의 빠른 호흡이 젊은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기대된다.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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