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TV프로그램-9월 21일] 영화 범죄의 재구성 外

범죄의 재구성

한국은행을 턴 사기꾼들 이야기의 흥미로운 재구성

SBS 밤 12시 5분

돈의 냄새를 맡고 은행, 박물관, 보석가게, 카지노, 기차 등의 공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생겨날 수 있는 기도(企圖)와 우연과 운명의 긴박한 드라마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그와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 이른바 ‘강도영화’(heist movie)라 이름 붙은 그 영화들은 서구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인기를 구가해왔다.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영화로서는 드물게 강도영화의 범주에 속하면서 그런 유의 영화의 ‘재구성된’ 형태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강탈의 사건이 벌어지는 곳은 한국은행이다. 갓 출소한 사기꾼 최창혁과 사기계의 전설 김선생이 주도하는 일당은 한국에서는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지는 그곳에서 50억 원이란 거액을 빼내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초점이 많은 강도영화들과는 달리 실제로 강탈이 숨 가쁘게 실행되는 범죄의 현장에 모아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창혁 일당이 벌이는 사기극이 이미 결말에 이르는 것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강탈의 계획과 그 이후의 꼬여버린 또 다른 사기 이야기를 퍼즐의 형태로 펼쳐놓는다. ‘범죄의 재구성’의 장점이라면 이처럼 단순하지 않은 플롯을 비교적 매끄럽게 영화 안에 풀어놓으면서 호기심이 생기게 할 만큼의 적당한 정도로 관객들의 머릿속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최동훈 감독의 실제 관찰로부터 나온, 저마다 특징을 가진 인물들과 그들이 뱉어내는 독특한 대사들 역시 영화에 생기를 부여하는 데 큰 도움을 줬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감독 최동훈, 2004년, 116분, 컬러. ★★★☆ (5개 만점)

로망스

상처를 가진 남녀의 비극적 사랑

KBS2 밤 12시 25분

‘로망스’는 ‘나비’ 같은 영화를 통해 독자적인 예술적 감각을 드러냈던 문승욱 감독의 영화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그 제목에서부터 이미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영화이고 그것에서 우리가 가짐직한 어떤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영화인 것이다. 아내와 아이뿐 아니라 집까지도 빼앗긴 신세가 된 강력계 형사 형준은 어느 날 웨딩드레스 숍에서 부유한 남자의 아내이지만 결코 행복하지는 않은 여자 윤희를 만난다. 두 남녀는 ‘상처’를 지닌 서로가 동류에 속하는 사람들임을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비극의 길로 접어드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꾸며내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걷는 운명의 길을 설득력 있는 드라마 안에 융합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감독 문승욱, 2006년, 106분, 컬러.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