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가을 바람에 시린 가슴 이 영화로 달래요

나이가 들어 슬픈 건, 감정이 점점 옛날 같지 않다는 거다. 20대를 거쳐 30대를 넘어 40대에 접어들 때, 사람들은 이런 얘기들을 한다. 용기도 줄고, 투지도 줄고, 애정도 줄고, 재미도 준다고. 이번 연휴, 감정에도 연료를 주입하자. 작은 영화관에서 마음을 치료한다.

이번 추석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은 ‘인생은 아름다워’로 정말 아름다운 충격을 가져다 준 로베르토 베니니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수다와 그의 ‘몸개그’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그가 내놓은 ‘호랑이와 눈’(미로스페이스 등)은 이라크 전쟁 속에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눈물겨운 사랑 얘기. 눈 오는 날 호랑이를 만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탈리아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랑이 지겹다는 사람,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사람, 이 영화를 보면 당장 사랑하고 싶어질 것 같다. 이라크 전쟁 못지 않은 무거운 배경, 바로 천안문 사태 당시의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성 담론을 그린 ‘여름 궁전’(씨네큐브 등)도 꼭 한번 봐야 할 영화. 당신의 20대 때 기억을 되살릴 지도 모른다.

아,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났다면 음악으로 다시 한번 정화시키자. 영화 개봉 전부터 OST(오리지날 사운드 트랙)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원스’(하이퍼텍나다 등). 아일랜드 영화로 가난한 두 남녀가 음악을 통해 의사 소통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음악에 젖어있다 보니 옛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생각난다. 조건 없이, 서로 재는 것 없이, 계산 없이 그냥 ‘친구’라는 이름이 좋았을 때. 그때가 좋았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믿어주는 그 친구. 그런 친구가 생각난다면, 그런 친구를 꿈꾼다면 영화 ‘레인 오버 미’(스폰지하우스)를 선택하자. 당장 떠오르지 않더라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문득 ‘아, 걔!’ 하고 무릎을 탁 칠지도 모른다.

너무 청승맞은 것 같다고? 참…, 까칠하시기는! 그럼 유쾌하게 사랑으로 웃어보는 건 어떠실지. 아내가 죽은 뒤 오로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혼 상대를 찾으러 루마니아로 원정을 떠나는 프랑스 시골 중년 농부의 발랄한 여행기가 담긴 ‘미남이시네요’(필름포럼)가 눈에 띈다. 절대 미남이 아닌 주인공이 미남으로 보이는 ‘콩깍지’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음…. 진짜 미남을 보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 ‘무시시’(스폰지하우스 등)가 기다리고 있다. 국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가 괴 생물체를 잡는 ‘무시시’로 완벽하게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