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TV프로그램-9월 22일]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外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쌍둥이 같은 두 여인의 운명을 따라가다 보니…

EBS 밤 11시

폴란드에 사는 젊은 여성 베로니카가 말한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그녀가 그만 생을 마치게 되었을 때 그녀와는 다른 땅에 있는 프랑스 여인 베로니크는 갑자기 자신에게 원인 모를 슬픔이 찾아 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두 여인 베로니카와 베로니크는 서로 제대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동일한 특성과 자질들을 공유하고 있다. 예컨대 (이렌 야곱이 연기하는) 둘은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고 둘 다 음악에 재질이 있으며 연인과 관련해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서로에게 ‘도플갱어’(doppleganger:분신)가 되는 사람들인 것이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이 두 여인의 삶을 바라보면서 정체성의 문제, 그리고 세상의 구조라는 문제에 대해서 사유를 해보도록 자극한다. 영화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우리는 운명, 우연, 병렬 등의 요소가 주요 작동 원리가 되는 삶의 신비 속으로 이끌려 가게 되는 것이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만든 폴란드 출신의 영화감독 크쥐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는 영화라는 매체를 가지고 가시적 영역 너머에서 작동하는 삶의 불가해한 힘을 탐구했던 사람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형이상학적인 면 혹은 초월의 세계 쪽을 향해 눈길을 던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무언가 ‘해답’을 던져주진 않는다. 하지만 삶과 존재에 대한 꽤 풍요로운 사유의 체험이 되게 하는 힘은 갖고 있다. 한편으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우리의 감정을 시각화하려는 영화, 그래서 형식적 실험이 돋보이고 그런 만큼 우리의 눈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 크쥐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원제: ‘Le Double vie de Veronique.’ 1991년, 98분, 컬러. ★★★★ (5개 만점)

'아일랜드' 복제인간에 대한 '베이'표 액션

SBS 밤 9시 55분

‘아일랜드’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가까운 미래인 2019년이다. 이 연도가 다른 SF 영화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아일랜드’ 역시 ‘블레이드 러너’처럼 복제인간을 소재로 삼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메릭 박사가 관리하는 지하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파괴된 지구의 생존자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매주 선발된 사람들이 세계의 마지막 낙원인 ‘아일랜드’로 간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은 그들은 복제인간들이고 아일랜드로 간다는 것은 폐기처분과 동의어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링컨6-에코와 조던 2-델타는 탈출을 감행한다. 미래의 우울한 우화로 시작했던 영화는 이때부터 본모습을 드러낸다. ‘아일랜드’는 마이클 베이의 영화인 만큼 그칠 줄 모르고 떠들썩한 추격과 파괴와 액션을 과시하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영화에 대한 평가를 좌우한다. 감독 마이클 베이. 원제: ‘The Island.’ 2005년, 135분, 컬러.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