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 "음악 지겨운 적도 있었지만 역시 노랜 내 운명"

“갓 쓰고 스포츠 댄스 추는 것 같은 이상한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디, 아주 호흡이 잘 맞아 부렸당께~, 기분 좋소.”

MBC가 추석을 맞아 준비한 ‘쇼 뮤지컬 추석 판타지’의 주역 남진(61). 14일 첫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그는 질박한 남도 사투리에 만족감을 실어보냈다. 26일까지 장충체육관 특설무대에서 이어지는 이 공연에는 남진을 비롯, 김수희, 현철, 박해미 등이 출연해 자신들의 히트곡과 ‘라이온 킹’ ‘캣츠’‘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의 아리아를 들려준다.

분홍색 재킷 차림에 화장을 지우지 않은 남진, 아무리 세심하게 뜯어봐도 환갑을 넘긴 나이가 실감이 안 된다. 그래도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4명의 출연자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스텝이 엉킬까봐 걱정했다”며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웃었다.

나훈아와 함께 60~70년대 가요계를 양분했던, 영원한 ‘젊은 오빠’ 남진. 그는 “꾸밈 없이 제 안에 있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노래했던 것이 대중의 호응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요즘은 쇼 제작진으로부터 ‘무대에서 좀 거만하게 폼을 잡으라’는 주문도 자주 받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노래가 무작정 좋아서 가수의 길에 접어들었지. 팬들의 관심에 자극 받아 더 열심히 하기도 했고. 하지만 음악생활이 지겹게 느껴진 적도 있었소. 그러면서 슬럼프도 왔지. 지금은 아~주 생각이 정돈됐어. 노래는 바로 내 인생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그는 오랜 가수 생활 동안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군 입대. 그는 “가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때, 해병대로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해야 했다”며 “3년 간의 공백으로 팬들 기억 속에서 잊혀질 줄 알았는데, 제대 후 더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황송했다”고 말했다. “71년 2월에 제대하고 9월에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는데, 표는 매진되고 5~6배 비싼 암표도 거래될 정도였어. 대단했지~.”

그는 90년대 접어들면서 한 동안 히트곡을 내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2000년 발표한 ‘둥지’가 폭 넓은 세대의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운이 좋았지. 지방 공연을 하는데 한 신인 작곡가가 제 대기실 탁자 위에 테이프를 두고 갔어. 별 생각 없이 그 테이프를 들어봤는데, 한 방에 느낌이 오는 거라. 그냥 지나쳤으면 큰 일 날 뻔 했지. 가수와 노래의 만남은 운명적인 거라.”

그는 연말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 몇 번째 앨범인지는 본인도 정확히 몰랐다. “아마 60집 가까이 될 것 같은데….”

‘맞수’ 나훈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동갑내기였으면 더 가깝게 지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내 나이가 좀 더 많다 보니까 편안한 관계가 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대중들이 보기에도 기가 막힌 라이벌 사이였고, 우리 가요계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더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훈아씨? 노래 잘 하고 기질도 있고, 가수로서 모든 걸 갖춘 사람이지. 우리 가요계의 자랑이라고 생각한당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