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춤도 보고 코끼리도 만나고

기울었던 달님이 꽉 차오르는 추석. 지난해에 이어 악극·마당극 같은 효도상품은 없지만, 연중 공연이 가장 많은 게 이 무렵이다. 황금 연휴에 볼 만한 공연 5편을 가려 뽑았다.

연극 ‘코끼리와 나’

조선왕조실록에서 건져올린 작품. 1411년(태종 11년) 일본이 조선왕실에 예물로 바친 한국 최초의 코끼리가 주인공이다. 연극은 이 코끼리 ‘흑산이’를 길들이려고 소문난 소도둑 쌍달(오달수)을 불러오면서 희극적 살점을 보탠다. 동물과 인간의 오해와 다툼, 우정이 그려진다. 로비에는 1960~70년대 동춘서커스단 최고의 배우였다가 1980년 죽어 박제가 된 코끼리 제니가 전시될 예정. 가장 드라마틱하게 살다 간 두 코끼리의 부활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544-5955

연극 ‘멜로드라마’

미현(김지성)·재현(이신성) 남매를 중심으로 네 남녀의 사랑이 뒤엉킨다. 젊은 여성의 롤 모델이었다가 불륜의 진창에 빠져드는 큐레이터 강유경(장영남), 동화적인 사랑과 이별의 풍경을 찍어내는 미현으로 눈길이 쏠린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로 대학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장유정이 쓰고 연출했다. 휴대폰이라는 소품을 극의 중심부로 끌어내는 방법이 신선하다. 끄트머리엔 객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번진다. 대학로 이다2관. (02)762-0010

뮤지컬 ‘라이온 킹’

잠실 샤롯데극장에서 1년을 달려온 장기공연이 10월 말 끝난다는 공지가 뜨자 관객이 폭발하고 있다. 숙부(스카)의 함정에 아버지(무파사)를 잃은 사자 심바가 성장해 왕위를 되찾는 이야기는 그대로다. 하지만 줄리 테이머의 경이로운 인형·의상 디자인, 최첨단 무대와 조명에 담은 아프리카의 정글, 엘튼 존의 음악, 긴장·이완을 맞붙이는 장면 전개는 만화영화로 재생할 수 없는 뮤지컬만의 마법이다. 막이 오르고 초반 30분이 주는 시각적 충격이 얼얼하다. 1588-7890

한가위 연희 한마당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가위 연휴를 맞아 사흘간 펼치는 공연 무대다. 24일 오후 5시30분 젊은 타악그룹인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길놀이와 비나리, 강강술래로 막이 열린다. 25일 국악 크로스오버와 26일 ‘사랑과 평화’ 콘서트로 이어진다. 사흘간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로보트 태권브이’ 등을 대강당에서 상영한다. 24~26일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대강당. 1544-5955

한가위 달마중 놀이

추석 당일인 25일 오후7시부터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펼쳐지는 가족용 야외 공연이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남도 민요’를 시작으로 ‘달맞이춤’ ‘거북놀이’ ‘강강술래’ ‘풍물놀이’로 이어진다. 공연 1시간 전부터 투호 경연대회 등 전래 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02)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