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색 살려낸 3인3색 문화공간들

요즘 서울 대부분의 구(區)는 구민회관이나 예술회관을 가지고 있다. 대개는 주민들을 위한 수영·헬스 등 체육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등 각종 강좌를 운영한다. 공연이나 모임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이 중 주민 사랑방 역할을 뛰어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중구 충무아트홀, 노원문화예술회관 등 3곳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저마다 지역특색에 맞게 기획한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어린이 인형극 풍성

어린이를 위한 상설 인형극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에 200석 규모의 소공연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공연하는데, 생후 24개월 아이부터 초등학교 4, 5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을 없애 배우와 어린이들이 같이 호흡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부모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퍼져 광진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 부모들도 자녀와 함께 찾고 있다.

나루아트센터 임선하씨는 “광진구는 부모들 사이에 인형극 관람 동호회 등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다”며 “스포츠센터나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계기로 만난 부모들도 함께 모여 자녀들과 인형극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으로 유명한 ‘피터와 늑대’가 인형극으로 무대에 올랐고, 지난달에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 등을 담은 그림자극 ‘휘휘낙낙 이야기 보따리’가 선을 보였다. 오는 28일 막을 올리는 ‘사랑을 주는 나무’는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창작 인형극이다. 집에서 인형놀이를 할 수 있도록 인형 만드는 법을 직접 보여주고 그것으로 무대에서 인형극을 하는 순서도 마련된다.

◆중구 충무아트홀: 직장인을 위한 뮤지컬

대기업과 관공서가 몰려 있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뮤지컬 공연에 힘을 쏟은 것이 먹혀들었다. 창작 뮤지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물론, 외부 극단과 공동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관객 맞춤형 작품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창작뮤지컬 전용극장 ‘블루’를 개관하고 본격적인 채비를 갖추었다.

뮤지컬과 연극을 주로 상연하는 소극장 ‘블랙’과 대형 뮤지컬이 열리는 대극장 등 작품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윤정국 사장은 “내년에는 대극장을 1200석 규모로 증설해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뮤지컬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노인들이 뮤지컬 배우가 돼 직접 공연까지 하는 프로그램으로, 다음달 16일부터 ‘뮤지컬 실버파워’ 2기 교육이 시작된다.

충무아트홀은 극장 가동률이 연 95% 정도여서 구에서 운영하는 문화회관 중 단연 돋보인다. 2005년 개관 이래 지금까지 동원한 관객수가 63만명에 달해 이미 서울 도심의 대표적 문화공간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노원문화예술회관: 역사 주제로 한 창작물

노원구의 설화, 역사, 인물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크게 무찌른 노원평 전투를 주제로 한 무용극 대본을 연말까지 완성, 내년에 선을 보일 계획이다. 또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세상을 등지고 수락산에 머물렀다는 매월당 김시습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노원구 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극 ‘부처님 콧구멍이 벌렁벌렁’을 무대에 올린다. 이 창작극은 효자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 노원구 설화 ‘솔개가 찾아준 신기한 우물’을 연극으로 풀어낸다. 노원문화예술회관은 “‘효’ ‘아들 딸 더 낳기’ 등을 주제로 삼고 노원구의 길, 산, 암자, 바위 이름 등을 등장시켜 노원 지역에 대해 친근감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