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부산을 울리는가

영화제는 사람이다. 인간처럼 웃고 즐길 수 있고, 외면당하기도 하며, 애환에 사로잡혔다 극적으로 성공하기도 한다. 인간애가 담겨 있는 영화들을 통해 사람들의 애정으로 만들어가는 영화제는 그 자체가 인간이다. 벌써 열두 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PIFF·www.piff.org). 변성기를 지나 확실히 제 목소리를 내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한 그를 오는 10월 4일부터 12일까지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서 만날 수 있다. 그의 살점을 완성시키는 64개국 275편의 영화 속에 숨겨진 인간의 성장과 소외, 가족애 등 7가지 특성을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 미리 눈으로 보듬었다. 이번 영화제는 어떤 인간적인 고민을 품고 있을까.



성장-여기보다 어딘가에(한국·2007·이승영)

2006년 단편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로 이름을 알린 이승영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첫 장편이다. 사회에선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여주인공이 뮤지션을 꿈꾸며 홍대 근처에서 방황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그렸다.



고통-에즈라(나이지리아·2007·뉴턴 아두아카)

할리우드, 발리우드(인도 영화)에 이어 주목받는 날리우드(Nollywood). 바로 나이지리아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를 뜻한다. 날리우드의 대표 감독인 뉴턴 아두아카의 신작으로 시에라리온의 내전에 원치 않게 뛰어든 젊은 청년 에즈라의 핏빛 눈물이 담겨 있다.



소외-경계(한국·2006·장률)

몽골 초원을 지키는 사내와 탈북한 미망인의 이야기. 사막처럼 말라가는 초원에서 부질없는 희망에 답답해 하는 주인공들을 시적으로 그렸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고뇌-입양아(필리핀·2007·브리얀테 멘도사)

빈민가에 사는 주인공 가족은 버려진 아이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돌봐주는 위탁가정. 한 아이가 입양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빈부격차와 사회복지를 꼬집는다. 빈민가의 좁은 골목을 훑는 들고 찍는 기법이 롱테이크와 만나면서 암울한 분위기가 직접 전달된다.



애환-삼등과장(한국·1961·이봉래)

50년대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하는 배우 김승호(1917~68) 회고전. 대가족의 가장인 주인공은 애첩의 댄스교습소를 열어달라는 직장 상사의 당혹스러운 요구에 고민하다 결국 주위 눈치를 보며 부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승진한다. 60년대 소시민의 일상이 리얼하게 담겨 있다.

사랑-클로즈드 노트(일본·2007·유키사다 아사오)

이사 간 집에 숨겨져 있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안의 이야기에 매혹된 여주인공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하기로 마음 먹는다. 일본 청춘 스타 사와지리 에리카와 이세야 유스케 등 출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진실한 사랑을 그린 유키사다 아사오 작품이다.



가족-여름이 준 선물(한국·2007·이영재)

초등학교 동창생 3명은 곧 죽을 것이라고 소문난 할아버지(오현경)을 관찰하다 우정이 생겨나 할머니도 소개시켜주는 등 교감을 나누게 된다. 1999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인정받은 이영재 감독이 또 한번 아이들의 눈으로 순수한 심성을 잘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