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처음으로… 그들이 온다

오페라
올해 한국 오페라의 가장 큰 특징은 레퍼토리의 확장이다. 지난 2월 ‘악테옹’(샤르팡티에)과 ‘디도와 에네아스’(퍼셀)를 신호탄으로, 5월 헨델의 ‘리날도’까지 바로크 오페라들이 쏟아졌다. 거꾸로 국립오페라단은 20세기 오페라의 최고 문제작 가운데 하나인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를 지난 6월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올렸다. 베르디와 푸치니의 걸작을 해마다 쳇바퀴 돌 듯 순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오페라의 시간대를 앞뒤로 늘려나간 것이다.

국립오페라단과 성남아트센터가 재미만큼이나 의미있는 오페라 두 편을 이 공연 리스트에 보탠다. 국립오페라단(예술 감독 정은숙)은 이달 4~8일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드’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지난 1997년 서울시오페라단의 초연 이후 꼭 10년만이다.

셰익스피어와 실러·뒤마·위고 등 문호들의 원작을 바탕으로 즐겨 오페라를 썼던 베르디가 처음으로 손을 댄 셰익스피어 작품이다.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등 중기 걸작 퍼레이드 이전의 초기작이지만, 드라마틱하고 극적 효과가 탄탄하다. 10년 전 국내 초연 당시 레이디 맥베드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정은숙씨가 국립오페라단 예술 감독으로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인연이 있다.

전체 4막 10장에 이르는 복잡한 극적 구성 때문에 연출가가 어떻게 긴장감을 잃지 않고 무대 전환을 해낼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탈리아 연출가 울리세 산티키(Santicchi)가 연출을 맡고, 마우리치오 베니니(Benini)가 코리안 심포니의 지휘봉을 잡는다. 바리톤 알렉산드루 아가케와 유동직이 맥베드 역을, 소프라노 조르지나 루카치와 서혜연이 레이디 맥베드 역을 나눠 맡는다.

1주일 뒤에는 성남아트센터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유쾌한 걸작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를 한국 초연한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창업 공신’이기도 한 슈트라우스와 극작가 호프만슈탈의 두 콤비가 작곡과 대본으로 손 잡은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 테세우스의 버림을 받고 섬에 남게 된 아리아드네의 운명을 ‘오페라 속의 오페라’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 보인다. 아리아 ‘위대한 왕녀님’에서 10여분에 걸쳐 아찔한 고음을 쏟아내야 하는 체르비네타 역을 소프라노 신윤정·석현수가 더블 캐스팅으로 맡는다. ‘맥베드’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를 통해 선 굵고 드라마틱한 ‘레이디 맥베드’와 나풀거리는 듯 가볍고도 화려한 체르비네타 역을 비교 체험하는 것도 재미다.

▶오페라 ‘맥베드’, 10월 4~8일 예술의전당, (02)586-5282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10월 11~14일 성남아트센터,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