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기러기 아빠'는 동네북?

'기러기 아빠가 무슨 동네 북이냐?'

기러기 아빠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일부 왜곡된 시각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자녀 교육 문제로 인한 기러기 부부는 시대상을 대변하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

문제는 드라마 속 기러기 아빠가 상당 부분 희생자나 피해자 또는 우리 사회의 문제아로만 그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극의 재미를 위해 실제 보다 과장되거나 다르게 그려진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 첫 방영된 주말극 '조강지처 클럽'의 손현주. 많은 아줌마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이 드라마에서 기러기 아빠를 맡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혼자 살면서 돈 벌어 아내(변정민 분)에게 부치는 헌신적인 아빠였지만 아내의 배신을 뒤늦게 알고 복수의 펀치를 준비하는 인물.

얼마전 교육을 테마로 방영돼 관심을 모았던 '강남 엄마 따라잡기'에서도 기러기 아빠는 어김없이 극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한 축을 차지했다. 중견 배우 정원중이 맡은 박경섭은 그 자신 중학교 영어 교사이면서도 부인과 아이들은 영어 공부하라고 미국으로 보내 우리 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코믹하면서도 리얼하게 연기한 바 있다.

이준익 감독의 개봉 영화 '즐거운 인생'이나 송강호가 연기한 영화 '우아한 세계' 역시 가족과 떨어져 외로움을 견디는 우리 시대 중년 남자의 삶과 고뇌를 그렸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동안 사상 초유의 귀성 전쟁 속에서 외국에 있는 부인과 자녀를 보러 나간 기러기 아빠들의 수는 상당했다. 이처럼 기러기 아빠들을 목격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보니 이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기러기 아빠들이라고 다 불행할까? 일부 예외는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몸은 떨어져 있을 뿐 심적으로는 여느 가정 못지않게 사랑으로 묶여 있는 행복한 기러기들이 많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기러기 아빠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작품의 정서 자체가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임을 전제로 한 듯해 당당한 기러기 아빠들의 심경을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동안 미국에 있는 자녀를 보러 나간 김모씨(44)는 "매일 부인, 자녀와 통화하면서 오히려 대화도 많아지고 애틋해진 점도 있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기러기 가정을 동정의 시선이나 비난의 시선으로만 그릴 게 아니라 기러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배경에도 포커스를 맞춰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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