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패의 전쟁

〈제4보〉(37~48)=“선택권이 내게 돌아오면 백을 잡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내가 홀 짝을 못 맞춰 선택권을 차지한 구리가 흑을 가져가는 바람에 나는 백으로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 한상훈의 회상이다. 덤 6집 반 규정 아래선 아직도 흑을 선호하는 기사들이 월등히 많건만 그는 평소에도 “백이 편하다”고 말해왔다. 앞서 류시훈과의 1회전도 백으로 승리했다.

당연해 보이는 37이 또 다시 문제의 일착. 역시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노타임으로 둔 수다. 그러나 38로 안형(眼形)의 급소를 맞으니 전체가 휘청거린다. 37로는 참고 1도 1을 선수하고 9까지 사는 게 정답. 이랬으면 A와 B가 맞보기여서 백이 괴로웠을 것이다. 구리 특유의 예리함이 도무지 실종된 진행이 계속되고 있다.

42 때 흑이 ‘가’에 두어 선공을 취하면 참고 2도 8 이후 한 수씩 메워 백이 먼저 따내는 패(覇)가 된다. 45는 패를 결행함에 앞선 팻감 준비 공작. 47로 웅크리자 백은 48로 단수쳐 간다. 하지만 48은 좀 더 혼내 줄 기회를 날려버린 수. 역시 최선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어떤 수단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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