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가을엔 신문로에 가야 한다

‘박물관은 고리타분한 곳’이라는 편견일랑 일찌감치 접어두자. 고색창연한 옛 돈, 경찰 휘장, 흙내음 가득한 농기구 등 우리 삶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둔 곳. 영화 제목처럼 “박물관은 살아있다”.

발걸음 닿는 곳마다 박물관이 들어선 동네가 바로 서울 도심인 종로구 신문로와 그 주변이다. 600년 고도(古都)의 발자취가 오롯이 담긴 서울역사박물관부터 경찰·농업·금융·신문… 입맛에 맞춰 골라 잡수라는 양 별의별 테마를 갖춘 박물관들이 즐비하다.

신문로 일대의 박물관·미술관·문화단체들이 작년부터 가을마다 잔치를 벌이고 있다. 9일부터 14일까지 계속되는 ‘신문로 박물관 문화축제 2007’이다. 사색하고 걷기 좋은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신문로의 ‘문화 향기’에 푹 빠지도록 문화기관들이 함께 꾸리는 행사로, 올해는 서울역사박물관, 한글학회, 조선일보 미술관, 한국금융사 박물관 등 23곳이 함께 한다.

축제기간에 맞춰 박물관·미술관들은 다양한 테마 전시회를 마련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갤러리 정’에서는 이라크·대만·프랑스 등 동서양을 아우른 외국 작가들의 그림과 조각을 선보이는 ‘10개국 외국 작가전’이 열린다. 경향신문사 별관 1층 경향갤러리에서는 백종환 작가의 도자 벽화와 다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흙그림전’이 마련된다.

한글날부터 시작되는 축제답게 개막행사 주제는 ‘한글’이다. 9일 오후 2시부터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열리는 한글 낱말놀이, 한글 가훈쓰기, 한글무늬 연날리기 등의 갖가지 체험행사는 우리 글자와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신문로 박물관·미술관에서 마련한 전시공간 중 5곳 이상을 돌아본 뒤 행사 안내지에 스탬프나 서명 등을 통해 관람확인을 받으면 나중에 우편 등을 통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옛 멋이 가득한 동네 탐방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금융사박물관에서 조선일보 미술관을 거쳐 성공회 주교좌 성당 담장과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경향갤러리와 이화박물관 쪽으로 가는 코스는, 오래전부터 가을날 연인들에게 사랑받았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골목길로 접어들어 사우디·체코 대사관을 지나 성곡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단정하고 조용한 1970~80년대 주택가 풍경 그대로다.

폐막 마지막 주말 서울역사박물관 앞 광장은 시끌벅적 난장으로 변한다. 토요일인 13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축제 참가자들이 갖가지 색의 분필로 박물관 광장에 그림을 그려보고, 페이스페인팅과 캐리커처 코너도 마련된다.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13일까지 사전신청을 받는다.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 (02)724-0193

‘신문로 박물관 문화축제’ 참여기관(연락처·02)

서울역사박물관(724-0114), 경찰박물관(735-2519), 강북삼성병원 백범기념실(2001-2781), 농업박물관(2080-5727), 문화일보 갤러리(3701-5755), 이화박물관(752-3345), 경향갤러리(6731-6751),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397-2860), 구세군 역사박물관(720-9432), 조선일보 미술관(724-6322), 한국금융사 박물관(738-6806), 광화랑(399-1153), 신문박물관(2020-1830), 유비쿼터스 드림전시관(734-6220), 세종문화회관 미술관(399-1153), 광화문갤러리(399-1153), 정부혁신관(2100-3475), 새문안교회 사료관(733-8160), 갤러리 정(733-1911), 성곡미술관(737-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