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고수와 애송이

〈제8보〉(87~104)=LG배 예선을 통과한 한상훈에게 물었다. “본선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는?” 그는 구리를 꼽았고, 추첨으로 구리를 2회전서 만나 쾌승했다. 석 달 후 열린 삼성화재배 때도 그는 “구리와 또 두고 싶다”고 했다. LG배와 달리 지명제여서 재격돌이 성사될 참이었다. 하지만 한상훈은 마지막 순간 마샤오춘(馬曉春)을 골라 또 이겼다. 1년 전만 해도 입단 꿈에 몸부림쳤던 애송이. 천하의 고수들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셈이었다.

87은 맥점. 88이 침착했다. 참고도 1로 ‘화를 내면’ 8까지 역습이 매섭다. 90으로 하중앙 흑 2점을 챙겨 만족스런 절충. 91은 대마의 안형(眼形)을 허물려는 안간힘이다. 93에 94로 자물통을 잠근 것도 현명했다. 흑은 못 참겠다는 듯 95로 뛰어 백 대마에 대한 총 공격령을 내린다.

96으론 ‘가’에 두고 흑 ‘나’ 때 ‘다’가 간명했다. 다음 ‘라’면 흑이 괴롭다. 실전은 99가 선수로 들어 백 ‘라’의 찬스가 사라졌다. 누가 봐도 이제는 백 대마가 살 차례. 그러나 한상훈은 태연히 104로 손을 돌린다. 대단한 배짱이다. ‘천하의’ 구리, 뭔가 보여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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