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닭 쫓던 개

〈제9보〉(105~121)=구리는 한국의 목진석만큼이나 팔방미인으로 유명한 기사. 노래면 노래, 스포츠면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못 하는 게 없다. 그는 “적절한 취미생활로 긴장을 풀고 정서를 함양하는 것이 바둑 승부에도 크게 도움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승부철학은 그를 3년 넘게 중국 랭킹 1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부친상 후유증으로 최근 3위까지 떨어졌지만 1위 복귀는 멀지 않아 보인다.

백이 좌중앙 대마를 방치한 채 △를 차지한 장면. 흑은 분명 찬스를 맞는 듯했는데, 105가 그만 빗나갔다. 106에 107이 불가피할 때 108로 달아나니 닭 쫓던 개꼴이 돼버리고 만 것. 그렇다고 105로 106은 백이 ‘가’로 받아 105와 ‘나’를 맞봐 산다. 최규병 九단은 참고도를 제시했다. 좌우 백의 약점을 볼모로 중원에 대단지를 건설할 기회였다는 것.

111 역시 원거리 공격으로 실마리를 찾자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수법이지만 한 발 늦은 느낌. 115까지 노골적 양곤마(?) 몰이에 나섰으나 120으로 우변부터 살아버린다. 이쯤 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칼을 뽑아야 한다. 121로 총공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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