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도 “와! 놀라워라”

안젤리나 졸리는 팔을 머리 위로 뻗어 박수를 쳐댔다. 모자를 쓴 브래드 피트는 웃고 있었고, 다섯 자녀도 깔깔거렸다. 7일 오후 7시(한국시각 8일 아침) 미국 뉴욕 유니언스퀘어 극장(499석). 객석 1층 맨 뒷줄에 앉은 할리우드 톱스타 가족은 일요일 저녁을 한국 비언어극 ‘점프(Jump·연출 최철기)’에 바쳤다.

“두 번째 봤는데, 굉장해요. 무술과 코미디, 음악이 어쩜 이렇게 한몸 같죠? 평론가라면 주저 없이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프리뷰를 시작해 이날 공식 초연된 ‘점프’를 본 로라 디킨슨(여·25)씨는 “놀랍다(amazing)”를 연발했다. 아내와 함께 온 프랭크 밀러(39)씨도 “와이어도, 특수효과도 없는데 훌륭하다. 이렇게 재미있는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악수를 건넸다. 2003년 서울에서 초연해 해외 16개국에서 2000여회 공연한 ‘점프’는 브로드웨이 관객에게 기립 박수를 받으며 세계 공연 1번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Where Comedy meets Combat(코미디가 무술을 만나는 곳).’ 뉴욕으로 날아온 ‘점프’의 홍보카피다. 희소성이 강점인 이 마셜 아트 퍼포먼스는 무술 가족의 하루, 그리고 억세게 운 나쁜 두 도둑 이야기로 관객의 혼을 빼놓았다. “안녕, 뉴욕(hello, New York)!”으로 막을 연 공연은 인물 소개, 희극적 반복·변주가 특징인 훈련과 테스트, 관객의 무대 참여, 중력과 시간을 초월하는 마지막 15분 등 극적 얼개는 예전 그대로였다. 그러나 팝콘과 콜라 등 현지 소품으로 디테일을 살렸고 국악을 보강했다. 구부정하게 지팡이로 버티던 할아버지가 ‘휘리릭’ 공중제비를 돌자 박수와 환호성이 번졌고, 무술이 춤과, 격투가 낭만적인 로맨스와 오버랩될 땐 객석 소음도 덩달아 높아졌다.

한국 작품의 오프브로드웨이 오픈런(폐막일을 정하지 않은 장기공연)은 2004~2005년 18개월간 공연한 ‘난타’에 이어 ‘점프’가 두 번째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와 웨스트엔드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뉴욕에 입성한 ‘점프’는 빅3 공연매니지먼트 업체인 CAMI가 투자했고, 오프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유니언스퀘어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점 때문에 흥행 예감지수가 높다. CAMI는 ‘캐츠’ ‘시카고’ 같은 대형 뮤지컬, ‘스텀프’ ‘스노쇼’ 등 오프브로드웨이 롱런 공연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