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4대4 삼성화재배 전면전 격돌

4대4. 한국과 중국이 제12회 삼성화재배 8강전서 정면 충돌한다. 9, 10 양일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서 펼쳐질 이번 승부는 올 한해 세계 바둑계를 분할해 온 양대 세력이 ‘전면전’ 형태로 맞부딪친다는 점에서 시즌 판도를 마무리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표 참조).

이번 대회 본선은 한국 19명, 중국 9명으로 출발했으나 16강서 12대4로 좁혀지더니 8강을 추렸을 때는 양국이 똑같이 4명씩 남았다. 하지만 8강전 네 판 중 한·중전은 두 판뿐이고 나머지 두 판은 한·한, 중·중 대결이다. 매 라운드 추첨제를 올해부터 1회전 지명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이 같은 대진표가 만들어졌다.

◆이세돌 vs 창하오=가장 주목되는 한 판. 이세돌(24)은 국제 2관 포함, 6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1인자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맞서는 창하오(常昊)는 전기(前期) 챔프이자 4년제인 잉씨배도 보유 중이다. 자국 랭킹은 5위지만 최근의 상승곡선은 결코 녹록지 않다.

둘은 개인적으로도 숙적 관계다. 창하오는 2002년까지 이세돌에게 4대1로 앞서 ‘이세돌 킬러’로 이름을 떨쳤으나 첫 결승 번기(番棋)였던 제3회 도요타덴소배(2005년)서 1대2로 무릎을 꿇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세돌은 2년 연속 LG배에서 창하오를 만나 승리하는 등 최근 3연승을 기록 중이다. 5승5패의 통산전적과 관계없이 예상 승률은 53대47 정도로 이세돌의 우세가 점쳐진다.

◆유창혁 vs 구리=구리(古力·24)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의 최고 스타. 천원과 명인 등 2관왕으로 군림 중이며, 국제무대서도 2006년 이후 제10회 LG배와 제6회 춘란배를 거푸 석권하는 등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유창혁(41)은 오랜 침체기를 거쳤다. 6회나 세계 정상을 밟았던 위용은 사라지고 국내 랭킹도 23위(10월 현재)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최근 유창혁의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허영호와 쿵제(孔杰) 등 한·중 양국의 준재들을 따돌리고 이 대회 8강에 안착했고 바둑리그 등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7월 하순 이후 8연승을 기록 중이다. 대(對)구리전 통산 전적 2전 전승. 비록 3, 4년 묵은 기록이라곤 하지만 ‘심리적 자산’임에 분명하다. 종합적으론 구리의 51대49 근소 우세가 예상된다.

◆박영훈 vs 한상훈=한상훈(19)은 올해 최고의 신예로 꼽히는 ‘블루칩’이다. 입단 1년차, 초단의 몸으로 LG배 포함, 양대 국제 토너먼트 8강에 오른 기세가 무시무시하다. 그 과정에서 구리 이창호 등의 최고 스타들을 꺾었다. 속기(速棋)보다 2시간 이상짜리 장고 바둑에서 월등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러나 박영훈(22)은 올해 이창호 이세돌과 함께 국내 ‘빅3’ 멤버로 발돋움한 ‘귀족주’다. 안정감이 경지에 올라 있다. 국내(기성)와 국제(후지쓰배) 타이틀도 하나씩 보유 중이다. 한상훈이 유일한 맞대결(5월 왕위전)서 1승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현역 세계타이틀 홀더의 벽까지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록과 경험 면에서 52대48 정도로 박영훈 쪽에 걸고 싶다. 후야오위(胡耀宇·25·중국 2위) 대 황이중(黃奕中·26·중국 17위) 전은 후야오위가 55대45 비율로 앞선 전력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