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가을 그림으로 물들다

고암(顧庵) 이응노(李應魯·1904~1989) 화백이 파리로 가기 전 10여 년간 살며 그림을 그렸던 충청남도 예산군 수덕사 경내 ‘수덕여관’(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이 복원 작업을 거쳐 새 모습으로 단장했다. 이를 기념해 수덕여관에서는 고암의 작품·서찰과 고암의 제자 금동원 화백의 작품 등 40여 점으로 14일까지 ‘고암 고택에서 만나다’가 열리고 있다.

수덕여관은 ‘ㄷ’자형 초가로 방 7개, 장지문, 툇마루, 부엌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고암은 충남 예산 출생으로 수묵으로 문자(文字)추상, 인간군상 추상을 하는 ‘민족적 추상화’를 개척해 유럽 화단에서 주목을 받은 국제적 화가다. 한지에 채색하는 전통적 방법뿐 아니라 한지 콜라주, 은박지 채색화, 조각, 세라믹, 타피스트리 등으로 한국화의 표현 영역을 넓혔다.

수덕여관은 고암이 1944년부터 1958년까지 거처하며 근방 풍경을 그린 곳이다. 1969년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출소한 뒤에도 이 곳에 잠시 머물며 문자추상 암각화를 남겼다. 고암이 프랑스로 간 뒤에는 부인 박귀희 여사가 홀로 지키며 식당과 여관 등으로 사용해 왔으나 2002년 박 여사가 사망한 뒤 방치됐다. 작년 1월 수덕사가 매입해 옛 모습을 되찾게 됐다. (041)337-6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