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 맞대결 영화 ‘궁녀’‘바르게 살자’

궁녀와 강도의 대결이다. 궁중 미스터리극 ‘궁녀’와 예측불허 은행강도극 ‘바르게 살자’. 같은 날(18일) 대결하는 이 두 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장르 만큼이나 매력도 상이하다. 스릴러와 공포영화 사이를 지그재그로 왕복하는 ‘궁녀’는 사극 특유의 시각적 쾌감과 매력적인 이야기로, 엇박자 웃음을 선사하는 ‘바르게 살자’는 기발한 상황과 엉뚱한 대사의 힘으로 폭소를 선물한다.

'궁녀'  억눌린 궁녀들의 욕망 그린 스릴러 

설정은 지극히 매혹적이다. 기존 궁중사극처럼 ‘권력자’의 여자가 된 궁녀가 아니라, 궁녀라는 ‘직업인’ 자체에 포커스를 맞췄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혀를 뽑을 것이며, 궁궐의 물건에 손을 대면 손이 잘릴 것이다”라는 엄포가 단순히 협박만은 아닌 여인들의 삶. 서까래에 목을 매 숨진 월령(서영희)의 사건에 얽힌 비밀이 하나하나 베일을 벗으면서, 세자 책봉을 놓고 벌이는 여인들의 권모술수를 추적한다.

영화의 으뜸 재미는 궁궐 여인들의 억눌린 욕망을 훔쳐보는 것이다. 비밀을 간직한 벙어리 궁녀 옥진(임정은), 비밀을 은폐하려는 감찰상궁(김성령), 궁녀 출신으로 ‘성은’을 입은 뒤 아들을 세자로 삼으려고 물불 가리지 않는 희빈(윤세아), 여기에 사체의 진실을 밝힌 내의녀 천령(박진희)까지. 사연은 각자 다르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임금을 바라보며 이루지 못할 꿈을 꾼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미정 감독은 극 초반 궁녀들의 금기(禁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장악하고, 관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까지 더불어 장악하는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을 보인다. 조선시대 궁녀들의 위계를 보여주는 복식(服飾)과 입조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처벌장면(일명 ‘쥐부리글려’)에서는 발견의 재미도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기세로 밀어붙이던 초반의 이런 추진력은 후반으로 가면서 논리의 탄력을 잃는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차근차근 추적해가던 스릴러는 어느 순간 원혼(寃魂)들의 ‘전설의 고향’으로 장르를 바꾸고, 때로는 자신의 허벅지에 수(繡)를 놓는 바느질 궁녀의 핏빛 자해를 곁들인다. 스릴러에서 시작해 호러로 맺는 방식은 최근 아시아 장르영화의 해법으로 볼 때 어색하지는 않지만, 극중 초반 스스로 만들어놓은 수수께끼를 논리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마무리는 안이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바르게 살자'  코믹한 은행강도극으로 엇박자 웃음

신예 라희찬 감독의 연출이지만, 이 작품은 일찌감치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은 장진을 필두로 홍보되어 왔다. 그만큼 ‘장진 표 코미디’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화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명성과 달리, 실제 그의 코미디는 작품에 따라 극과 극의 평가로 갈렸다. 비장미를 내세운 작품(‘거룩한 계보’ ‘아들’)에서 헛발질이 많았다면, 어깨에 힘을 뺀 가벼운 상황극(‘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에서는 정확한 슈팅이 많았던 편. ‘바르게 살자’는 다행히도 후자 쪽이다. 은행강도 모의훈련을 벌이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이 정체불명 코미디는, 의표를 찌르는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러니의 힘을 십분 활용한 대사로 관객에게 ‘장진 코미디’의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