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정재영을 보면 딱 생각나는 말이 있다. 바로 '진득함'이다. 긴 무명시절을 거쳐 서서히 자리매김한 과정을 봐도 그렇고, 주로 맡았던 캐릭터들을 살펴봐도 이 단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직함과 멍청함을 오가는 모습. 그래서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배우가 바로 정재영이다. 18일 개봉되는 신작 '바르게 살자'(감독 라희찬)에서도 그는 '정재영표' 캐릭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는 정작 웃는 법이 없지만, 관객들은 시종일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이번 작품도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던데, 유난히 장 감독과 인연이 깊은 것 아닌가요.
▶글쎄요. 사실 장 감독이 직접 연출한 작품 중 출연한 영화는 '아는 여자'와 '거룩한 계보' 두 편 밖에 안 돼요. 시나리오 쓴 것까지 합해도 네 편. 많이 한 건가요? 장 감독과는 학교(서울예대) 시절부터 친한 관계지만, 그래서 일부러 하거나 안 하거나 하진 않아요.
-'정도만'이라는 캐릭터도 전작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배우로서 변신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는지.
▶변신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은 오히려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의식하다보면 작품 고르기도 힘들고, 갑작스레 변신을 시도하다가 실패라도 하게 되면 낭패죠. 그저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추구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본인 외모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평범함이죠. 촌사람 역을 하든, 건달 역을 하든 그저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얼굴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밥먹고 사는 거죠. 만일 드라마였다면 저같은 얼굴이 발 붙일 수나 있었겠어요? 그나마 영화는 리얼리티와 캐릭터의 개성을 좀 더 중요시하니까 저같은 얼굴이 필요한 거죠. 그래도 연극배우 시절엔 꽃미남 역할도 꽤 맡았어요. 어두컴컴하기 때문에 머리 기르고 조명만 잘 비추면 잘 생겨 보이거든요.
-스크린 속 모습과는 달리 달변인데, 오락 프로그램에는 왜 안 나오나요.
▶제가 멍석 깔아놓으면 못 하는 스타일이에요. TV 카메라만 돌아가면 식은땀이 나요. 제가 TV 나간다고 홍보가 크게 될 거 같지도 않고, 시청률 깎아먹으면 오히려 민폐죠. 차라리 라디오 생방송은 괜찮아요. 어차피 안 보이니까 나가서 마음껏 이야기하면 되거든요.
-요즘같은 때, 작품이 끊이지 않는 배우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요.
▶아닙니다. '강철중'(감독 강우석) 이후에는 스케줄이 없어요. 진짜 내년에는 놀고 먹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매니저에게) 빨리 내년 스케줄 좀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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