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옥쇄 타이밍

〈제12보〉(156~176)=운동 경기에선 동점이나 동률이 났을 경우 점수 차를 비교해 우열을 가린다. 하지만 바둑엔 이런 편리한(?) 장치가 없다. ‘반 집’이나 ‘만 방’이나 똑같은 1승으로 취급된다는 의미. ‘승부수’란 이름의 장렬한 옥쇄(玉碎) 작전은 다른 승부에선 보기 힘든 바둑만이 가지는 극적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그 타이밍을 잡는 것도 쉬운 일 만은 아닌 모양이다. 156으로 못질을 했을 때 157이 그랬다. 이 정도로 쫓아가기엔 집 차가 이미 너무 벌어진 국면. 따라서 흑은 참고도 7까지 ‘올인 작전’을 펼 기회였다. 물론 8을 당해 쉽게 잡을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흑의 입장에선 이 쪽이 훨씬 ‘무사도’정신에 가까웠을 것이다.

158부터 163까지, 백의 엄포에 흑이 오히려 연결하기 급급하다. 166으로 드디어 거대한 중앙 백 대마가 두 눈의 형체를 드러냈다. 이제는 흑도 ‘가’ 또는 167 연결로 산 모습. 하지만 서로 살고 살아선 대차(大差)로 진다. 흑은 스스로 절단됨을 허용하면서 169에 끊어 마지막 항전의 길을 택했다. 뒤늦은 옥쇄 코스다. 그 결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