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로 만나 33년 부부 ‘한·미 피아니스트’ ‘사랑의 건반’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Sherman·77·사진 왼쪽)과 변화경(60) 부부는 미국의 음악 명문인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함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백혜선, 이미혜·미주 자매, 박종화·종경 남매, 손민수 같은 피아니스트들을 지도했으며, 남편 셔먼은 1996년 음악 에세이집 ‘피아노 이야기’를 통해 ‘건반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명피아니스트다. 14일부터 열리는 셔먼의 연주회에서 이들 부부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목신의 오후 전주곡’(드뷔시)을 함께 연주하며 호흡을 맞춘다.

셔먼과 변화경씨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 부부로 연을 이어갔다. 1970년 서울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변화경씨가 셔먼을 만났고, 4년 뒤, 15달러짜리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詩) 10편을 함께 읽으며 결혼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33년째 함께 살고 있다.

아내 변화경씨가 “예술가와 함께 살기 때문에 나는 피아니스트로서 퇴보하거나 제자리에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자, 셔먼은 “아내가 지금도 10대처럼 보이는 건 남편이 지극히 모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피아니스트들의 장단점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남편 셔먼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제가 믿는 것은 특정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피아노예요. 마찬가지로 한국·중국·유럽의 연주자가 아니라 각각의 개별적인 피아니스트가 있을 뿐이에요.”

부부라고 해도 가르치는 방식부터 연주 스타일까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내 변화경씨는 “남편이 큰 틀에서 엄격하지만 세세한 대목에서는 학생들을 자유롭게 대한다면, 저는 반대로 처음에 엄격하고 점차 자율적으로 바뀌는 스타일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울 적도 많다”며 웃었다. 연주회는 14·21일 서울 세종체임버홀과 1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23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