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바다 '부산 국제 영화제' 오늘 닫힌다 화제작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서(序)’ 폐막작으로 오늘 상영 예매 26분 50초만에 매진 90년대 TV판의 초반부 재구성 · 컴퓨터그래픽은 다소 밋밋해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서(序)’를 끝으로 12일 막을 내린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번 작품은 1995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 뒤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 단순히 인기 애니메이션을 넘어 사회현상으로까지 대두됐던 작품이다. 에반게리온의 산실인 ‘가이낙스’ 스튜디오는 ‘오타쿠’(특정한 것에 집착을 보이는 마니아)의 본거지로 군림하며 현재까지 이 작품으로 총 1500억엔(약 1조18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지난 9월 1일 개봉한 뒤 단 84개 스크린만으로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부산 영화제에선 예매 26분 50초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국내 개봉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995년 TV시리즈로 시작한 애니메이션‘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하나의 로봇 만화영화를 넘어서 사회현상으로까지 발전했다. 종교학, 심리학, 신화학의 전통을 바탕으로 인류의 근원과 개인의 존재 이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총 26편이었던 TV시리즈는 4편의 극장용 영화로 압축될 계획이며, 이번 작품은 그 중 제1편이다.
주인공은 겨우 14살밖에 되지 않은 이카리 신지. 15년 전에 일어난 ‘세컨드 임팩트’로 인류의 절반이 사망한 상태에, 신지는 UN 합작 비밀 기지 Nerv(네르프)의 사령관이며 아버지인 이카리 겐도의 편지를 받고 새롭게 지어진 ‘제3신 도쿄시’에 발을 들인다. ‘사도(使徒)’라는 정체불명의 물체와 싸울 것을 명령 받는 그는 ‘인류 구원’이라는 명분으로 ‘에바’(에반게리온)에 올라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난 필요 없는 인간이야’ ‘나는 왜 사는 것일까’라며 존재에 관해 철학적인 의문을 수시로 던진다.
이어폰을 끼고 땅만 보고 걷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않는 신지의 캐릭터는 ‘오타쿠’ 혹은 ‘이지메의 희생자’처럼 묘사되고 있다. ‘아버지’로 대별되는 국가에 무조건 복종하던 전후 일본 세대와, 이에 반항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신세대와의 거리감과 긴장 등이 팽팽하게 그려지고, 소년의 성장담, 인간성 회복 역시 중요한 테마로 그려진다.
하이라이트는 ‘야지마 작전’이라고 불리는 UN, 일본 자위대, 에바와의 합동 작전. 자유자재로 몸을 바꾸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내는 ‘제 6사도’(TV판 제 5사도)의 전투가 가장 극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번 극장판은 총 3부작 4편으로 이루어졌다. 서막을 여는 1편-서(序)에 이어 2008년 초 일본 개봉될 중편 격인 2편 파(破), 2008년 중순과 말에 개봉될 최종 작품 ‘급(急)’과 ‘?’(미정)이다. 사실 이번 序는 TV판 초반부의 재구성이나 마찬가지. 전투신이나 도시 등에서 화려한 CG가 등장하긴 하지만 실사 애니메이션에 눈길을 뺏긴 신세대들에겐 다소 아날로그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다만 사도들의 등장 순서가 다르고 가오루 등 인기 캐릭터가 막판에야 모습을 드러내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