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대마 함몰

〈제14보〉(203~226)=이 판이 올해 두어진 국내외 수천 판의 공식대국 중 가장 화제를 모은 바둑이란 얘기는 앞서 했다. 오늘 기보(棋譜)는 그 마지막 순간에 대한 기록이며, 동시에 이 판의 절정이기도 하다. 또한 훗날 소년 기사 한상훈의 성장사(成長史)에서, 그리고 세계적 스타 구리의 일대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좌변에서 중앙에 걸친 거대한 흑 대마의 목숨이 걸린 패싸움이 계속된다. 209 때 받지 않고 패를 해소하면 어찌되나? 결론부터 말해 수가 나지는 않는다. 참고 1도 1이하 6까지 진행된 후 7과 8이 맞보기. 그럼에도 받아준 것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백의 ‘살림’은 그만큼 여유가 있다.

하지만 215로 또 한 번 떼(?)를 쓰자 백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았다. 205자리에 이어 패를 해소한 것. 226에 이르러 흑은 비로소 돌을 거두었다. 계속해 더 둔다면 참고 2도의 진행으로 백이 한 수 빠르다. 흑의 코끼리처럼 거대한 좌중앙 대마와 하변이 몰살했다.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이른바 ‘만방’이었다. (208 214…△, 211 218…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