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작품에 곰팡이 위험!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실과 수장고의 온·습도 조절 불량으로 작품이 훼손될 위험에 처했다는 지적을 받고 예산도 올려 받았지만,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 측은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해, 소중한 국가의 문화재산이 속수무책의 훼손 위험에 있는 상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술관 수장고와 전시실의 온·습도를 조사한 결과, 적정 습도(55±5%)를 벗어나 30%대까지 떨어지거나 60% 이상 올라가는 때가 많았다. 아직 훼손된 것으로 보고된 작품은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작품이 갈라지거나 곰팡이가 슬 위험이 높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지적 받고 예산을 올려 받았지만, 올해 7월까지 조사한 결과 거의 개선된 게 없었다.

가장 최근인 올해 7월 자료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측도 일부 수장고에 대해 “대부분 습도가 60% 이상으로 고습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원형전시실에 대해 “장기간 방치될 경우 한국화 작품의 습해로 인한 울음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대부분 전시실의 경우 평균 습도가 작년 10월 44.7%, 12월 42.5%, 올해 2월 40.7%, 4월 42%, 6월 46.8%로 매우 건조해 작품에 크랙(갈라짐)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작품 수가 5900점으로 국내 최대의 현대미술관이다. 1년 예산이 작년 219억원, 올해 237억원이었다. 전체 예산은 18억원 늘었지만 작품보존·수복팀에 책정된 예산은 작년 1억2000만원에서 올해 1억4000만원으로 2000만원 느는 데 그쳤다.

보존전문가들은 전체 예산 중 보존에 쓰는 비용이 너무 적다고 지적한다. 김주삼 삼성미술관 리움 보존연구실 실장은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은 작품의 보존에 예산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습도가 적정치인 50%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86년에 지어진 미술관 건물이 외부 공기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작품 보존에 취약하기 때문에 외부 공기와 차단되는 미술관 전용건물을 새로 지어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