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해 ‘쑥대~머리’에 청중들 ‘얼쑤’

    입력 : 2007.10.16 01:09 | 수정 : 2007.10.16 02:22

    [제15회 임방울국악제 전국대회] 어제 장기자랑·전야제

    임방울국악제 전야제가 열린 15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오정해가‘쑥대머리’를 부르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일제 식민 지배와 분단, 동족상잔에 이르기까지 치욕과 수난의 세월을 살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설움을 목소리 하나로 달래줬던 겨레의 소리꾼. 광주가 낳은 당대 최고의 가객 국창(國唱) 임방울(林芳蔚·1905~ 1961) 선생을 기리는 제15회 임방울국악제가 15일 광주에서 전야제를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날 오후 5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과 김포천 (사)임방울국악진흥회이사장 등 1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방울국악제 전야제가 펼쳐졌다.
    국악인 오정해씨 사회로 진행된 전야제는 채향순 중앙무용단의 ‘풍고’를 시작으로 오정해의 ‘쑥대머리’, 송순섭의 ‘적벽가 중 조자룡 단양싸움’ 등으로 열기가 고조됐다. 강정숙 가야금병창과 퓨전국악그룹 ‘소리아’ 연주, 가수 김수희의 열창이 뒤를 이었고, 원주풍물단,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비보이 ‘겜블러’ 등이 신명 나는 한마당을 펼쳤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광주시민회관에서는 아마추어 국악인들이 참가하는 ‘임방울 판소리 장기자랑’이 열렸다.

    청중 4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경연에는 전국에서 58명의 소리꾼이 출전, 임방울 명창의 대표적 단가인 ‘쑥대머리’ ‘호남가’ ‘추억’ 등을 부르며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최고령 참가자 조귀화(80·광주 광산동)씨는 우렁찬 목소리로 ‘쑥대머리’를 불러 노익장을 과시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고수의 장단에 맞춰 한껏 목청을 돋우면 청중들은 한목소리로 ‘좋다’ ‘얼씨구’ ‘잘한다’ 등으로 추임새를 넣으며 응원을 보냈다.

    경연 후에는 광주 문우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30여 명이 한복을 차려입고 ‘호남가’를 합창, 청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매일 오전 10분씩 담임 김성자(여·43) 교사의 지도로 소리를 배운다고 했다.

    이날 경연에서는 이준태(66)씨가 금상을, 강정순(61)·박종수(72)씨가 은상을 받았다. 정철호 심사위원장은 “참가자들의 청아한 소리와 순수한 열정이 전문 국악인보다 더 고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방울국악제는 16일 학생부 판소리 예선과 기악·무용 예·본선, 17일 학생부 판소리 본선과 판소리 일반부 예·본선, 명창부 예선에 이어 18일 판소리 명창부·기악·무용 본선과 시상식으로 막을 내린다. 이 대회는 광주광역시와 조선일보사, SBS가 공동 주최하며, (사)임방울국악진흥회와 KBC(광주방송)가 주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