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 겉멋 쫙 뺀 담백한 배우로

가을 햇살 따뜻하게 내리쬐는 서울 올림픽공원에 들어서자 평화의 문 앞쪽에서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15일 오후 올림픽 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영화 '내 사랑'(감독 이한, 제작 오죤필름)의 마지막 촬영현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촬영장면은 극중 해와 달이 만나는 개기일식 날, 올림픽 공원 희망나무 아래에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있는 프리 허그 운동가 진만(엄태웅 분)이 각각 기적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

엄태웅이 맡은 진만은 세상엔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다며 여자친구와 이별을 감수하고 6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프리 허그(Free Hugs) 운동을 펼친 독특한 캐릭터다. 이에 엄태웅은 제작진과 합의 하에 거지같은 몰골을 드러냈다.


이날 엄태웅의 모습은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보였다. 허름하고 낡은 반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 더벅머리는 가발로 연출, 수염은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 '구미호 외전' '쾌걸 춘향' '마왕' 등 전작에서 완벽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의 모습을 선보인 엄태웅. 하지만 '내 사랑'에서는 남성 캐릭터들이 보여줄 수 있는 외모적인 멋 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내면의 멋을 살리려는 과감한 변신이 느껴졌다.

취재진이 도착한 오후 3시, 진행 중이던 엄태웅의 촬영은 이날 정오부터 현장 공개가 끝나는 오후 6시까지 계속됐다. 오랜 촬영으로 쌀쌀한 가을 날씨에 의상을 갈아입거나 취재진들 앞에서는 다듬어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만한데 엄태웅은 다시 외모를 다듬거나 꾸미지 않았다.

촬영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똑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이날의 더욱더 늦어질 뻔한 진행 시간을 줄였다. 많은 연예인들이 촬영현장 공개가 있으면 멀쩡한 모습으로 촬영한 후에도 헤어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의상을 갈아입느라고 1시간씩 지체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말이다.

데뷔 10년을 넘긴 엄태웅, 경력에서 우러나온 힘일까. 이날 그는 겉멋이 쫙 빠진 담백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 취재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영화 '내 사랑'은 다섯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 로맨틱 멜로 영화다. '연애소설'과 '청춘만화' 등을 연출한 이한 감독의 신작으로 '러브액츄얼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에 이은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릴 예정이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된다.
< scblog.chosun.com/jin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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