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한상훈 돌풍

〈총보〉(1~226)=20년 전만 해도 초단이 백으로 九단의 대마를 잡고 이기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바둑계도 세계화, 연소화 바람 속에 저변이 넓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어떤 스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어떤 무명 신예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일 컨디션과 함께 임전 자세가 승부 결정의 중요한 열쇠로 자리 잡았다.

흑 29의 실착을 응징, 일찍 우위에 선 백은 강온(强穩) 양면 전략을 구사하며 완승을 이끌어냈다. 지적 사항이라면 96 때 참고도처럼 정리하는 게 좀 더 간명했으리란 정도. 반면 구리는 특유의 예리함이 실종된 채 시종 무기력한 운석으로 대패했다. 소비시간에 둘의 마음 자세가 녹아 있다.

한상훈은 통합예선 포함 6연승을 질주 중이다. 류시훈과 구리 두 베테랑을 맹폭한 기세라면 ‘이변’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8강전 상대는 중국 류징(劉菁). 올해 최고의 ‘블루칩’으로 등장한 이 19세 소년의 ‘다음 수’가 궁금하다. (53…35, 81…12, 180 190 196 202 208 214…50, 181…48, 187 193 199 205 211 218…29, 226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7분, 흑 2시간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