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땅에서 테러와 싸워라…

‘히트’ ‘콜래트럴’로 명성을 얻은 마이클 만이 제작하고, 배우 겸 연출가인 피터 버그가 감독한 영화 ‘킹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난 테러현장 조사를 위해 5일 동안 파견된 FBI 특수요원들이 테러 집단과 맞서는 액션 스릴러다. 자살 폭탄 테러와 ‘반미주의’ 등 정치적인 이슈와 화려한 액션 장면 등 오락적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제이미 폭스와 크리스 쿠퍼, 액션 스타로 인기를 끈 제니퍼 가너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해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에선 9월 28일 개봉 이후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11월 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배고파 봐야죠” 

男주인공 제이미 폭스의 일침 “요즘 젊은이들 돈과 인터넷밖에 관심없어”

앞에 앉은 이 남자,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상대와 키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어깨를 굽혀 엉거주춤 자리를 잡으면서도 강렬한 눈빛은 잠시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내의 미군을 향한 자살 폭탄 테러 집단을 진압해가는 과정을 그린 액션 스릴러 영화 ‘킹덤’의 주인공 제이미 폭스(Foxx)를 미국 LA에서 만났다. 대충 걸친 듯한 하늘색 셔츠 차림일 뿐이었는데 단어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해 답하는 모습은 영화 속 FBI 특수 수사관의 진중한 모습이 그려졌다. 이 영화에 표현된 ‘반미 의식’ 등 정치적인 논쟁엔 즉답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한데도 이상하게 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설득력 있었다.

“상당히 정치적이고 미국 영웅주의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플러리(제이미 폭스)는 신의 편도, 알라의 편도 아닙니다. 억울하게 죽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적진에 뛰어드는 아주, 아주 인간적인 스토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치성과 오락성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미 FBI와 친해지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의 캐릭터를 통해 생각해 달라”며 관객의 판단을 유도했다. 다만 “요즘 친구들은 돈과 인터넷 이외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는 듯 느껴진다”며 젊은 관객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다소 경계하는 듯싶었다.

그는 인터뷰 중에 “부족함을 느낀다” “배고파 봐야 한다”는 말을 자주 강조했다. 2005년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고,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대스타’치곤 어깨에 별로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았다.

‘흥행’(box office hit)이라는 단어엔 살짝 미소만 지었다. “(제작자인) 마이클 만과 함께 일하게 되면 계산기는 저편으로 밀어 두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돈’보단 ‘예술’과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게 되니까요.”

그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모든 원인을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돌렸다. “절 자주 안아주시며 ‘기회는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저 같은 흑인도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아카데미상을 품을 수 있게 된 게 아닐까요.”

 

“배고파 봤어요” 

女주인공 제니퍼 가너의 회상 “브로드웨이 오디션 보던 12년전만 해도 돈없어 굶어” 

“여자는 ‘귀엽고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싫어요. 저처럼 ‘강한 여성’도 매력 있지 않나요?” 혀를 살짝 내밀며 눈을 찡긋하는 모습은 10대 말괄량이 소녀 같다. 30대 중반 서양 배우들에게 흔한 까마귀발 주름(눈가 주름)도 거의 없는 탱탱한 피부와 175㎝를 넘는 키에 늘씬한 몸매는 아이 엄마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탄탄해 보였다.

그녀에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TV 시리즈 ‘앨리어스’에 이어 영화 ‘데어데블’ ‘엘렉트라’ 등 미래적인 여전사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차세대 액션 스타로 거듭난 제니퍼 가너(Garner)를 얼마 전 ‘킹덤’ 주인공 인터뷰를 위해 만났다.

“영화 ‘킹덤’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지만 우리 영화가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액션 스릴러에 더 가깝죠.”

법의학 조사관인 자넷 메이어스로 출연해 CSI 수사관 같이 정밀한 사건 조사뿐만 아니라 맨손 액션도 과감하게 선보인다. 테러리스트에게 붙잡혀 시멘트 벽에 수차례 패대기쳐질 때는 저절로 ‘헉’ 소리가 나올 정도다.

“갈빗대가 부서지고, 온몸이 멍투성이였죠. 한번은 너무 세게 머리를 부딪쳐 기절하는 바람에 구급차에 실려간 적도 있어요. 그래도 액션 장면을 완벽히 해냈을 때 그 쾌감, 안 느껴보시면 몰라요.”

열정 넘치는 연기 초년병 말투 같지만 벌써 데뷔 12년차의 중견 연기자. “95년에 브로드웨이로 와 오디션은 모조리 도전했죠. 그땐 정말 돈이 없어서 밥을 굶다시피 했어요. 지금 제 꿈은 실현 된 것 같은데, 대신 파파라치에 시달리는 건 좀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