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드래곤 & 스타] (1) 이준기

27회를 거치는 동안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영화인들이라면 꼭 한 번쯤 주인공으로 서고 싶은 무대로 자리잡았다. 엄정한 심사 결과와 끝까지 알 수 없는 수상 결과는 청룡영화상만의 자부심. 그만큼 예상치 못한 환호와 좌절이 뒤섞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스타들은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갖고 있을까. '블루드래곤 & 스타'를 통해 청룡에 얽힌 스타들의 추억담을 공개한다. < 편집자 주>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 레드 카펫을 밟으며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스타 중 한 명이 바로 이준기였다. 그만큼 이준기의 인기는 대단했다. 국내 각종 시상식에 있는 신인상 타이틀은 모조리 휩쓸다시피 했고, 청룡 트로피 역시 그의 차지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데 수상의 영광은 류덕환에게 돌아갔다. 순간 장내는 들썩였고, 담당 기자들을 비롯한 시상식 관계자들 역시 마음을 졸였다. 수상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 행사장을 낼름 떠나는 배우들이 많은 게 우울한 현실. 이같은 상황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 이준기가 수상을 못 했으니 걱정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준기는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수상자를 기꺼이 축하해줬고, 시상식이 끝난 후 사후 리셉션까지 참석해 덕담을 주고 받았다. 당시 이준기의 심정은 어땠을까.

"주변에서 청룡만 타면 신인상 그랜드슬램이라고 하시면서 기대를 많이 하셨던 건 사실이예요. 하지만 상을 위해서 시상식을 가는 건 아니잖아요? 너무나 가고 싶었던 시상식이라 참석 자체에 의의를 뒀고, 류덕환씨가 충분히 받을 만 했어요. 전 이미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구요."

한순간 스타덤에 올라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어린 배우의 마음 가짐답지가 않다. 아무리 그래도 상을 '못받은' 시상식이었던 만큼 '좋은 추억'을 떠올릴 만한 행사는 아닐 터.

하지만 이준기는 '영화인'이었다. "이미 청룡영화상은 최고의 시상식인데 제가 뭘 더 바라느니 어쩌느니 할 순 없죠. 다만 보다 많은 배우들이 참석해 축제 한마당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참, 그리고 저도 꼭 불러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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