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노병의 등장

〈제1보〉(1~16)=조치훈(51)은 1회전서 박영훈(22)을 꺾고 16강에 올라왔다. 관록만 따지면 조 九단이 월등하지만 박 九단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요즘 바둑계에서 50대가 20대를 이기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결과는 조치훈의 승리였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 속에서 중국 류징(劉菁·32)이 그 앞에 마주 앉았다. 이창호와 동갑인 이 청년은 대만 저우커핑(周可平)을 꺾고 첫 관문을 돌파했다.

3은 ‘마주 보는 소목(小目)에선 먼저 걸치는 쪽이 유리하다’는 이론에 따라 5를 선점하려는 작전. 6의 고전적 협공에 7은 요즘 대유행 중인 역공이다. 선택하는 정석 몇 수에 벌써 연령대별 취향이 묻어난다. 8의 절단은 뜻밖에도 노 타임. 흑의 주문(참고도)을 거부하기로 미리 작정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13까지는 외길 진행.

14로는 ‘가’도 있다. 집으론 실전이 득이지만 변(邊)의 발언권은 ‘가’가 낫다. 15로는 ‘나’로 젖히는 것도 정석. 16으로 굳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큰 곳 찾기’가 되면 정답이 따로 없는 법이다. 소문난 장고파 조치훈에 전염된 듯 류징도 덩달아 장기전 모드로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