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예순에 활짝 핀 ‘명창의 딸’

大賞 정의진씨  
“아버지의 ‘수궁가’ 널리 알리는 게 꿈”  

“99, 99, 96, 99, 99….”

만점에 가까운 채점 결과가 발표됐다. 18일 오후 광주(光州)문화예술회관 대극장(1700석)의 전 좌석도 모자라 복도까지 가득 메운 청중은 놀라는 표정과 함께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는 파릇파릇한 20~30대 젊은 소리꾼들과 함께 판소리 명창부 본선에서 경쟁한 소리꾼 정의진(60)씨가 서 있었다. 본선 진출자 중 최고령인 정씨는 이날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약성가 대목을 부르며, 최고 점수인 492점으로 제15회 임방울국악제(주최 조선일보·광주광역시·SBS, 후원 방일영문화재단)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아버지의 ‘수궁가’를 널리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2000년 국악계 최고 권위인 방일영국악상을 수상한 고(故) 정광수 명창(1909 ~2003·중요무형문화재 ‘수궁가’ 보유자)의 딸이다.

아버지의 소리를 듣고 자란 정씨도 17세에 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1남 2녀를 키우면서 26년간 활동을 하지 않다가, 7년 전인 2000년 다시 소리꾼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26년 동안 도통 짬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자라서 학교에 간 뒤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돌아올 곳은 소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어려움이 없을 수 없었다. 그는 “젊은이들보다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악 경연대회에 두 차례 정도 떨어진 뒤에는 영영 소리를 접을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정씨는 아버지가 남긴 판소리 테이프를 듣고 또 들으며 ‘수궁가’를 다시금 익혔다. 지난달 국립국악원에서 ‘수궁가’를 완창했고, 이날 임방울 국악제 결선에서 결국 대상을 차지했다.

방일영賞 김현주씨  
“초등학교때 국악학원 갔다 소리 매력에 빠져”  

“소리 공부를 멈추지 않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는데, 너무 큰 상을 받았어요.”

18일 임방울 국악제의 판소리 명창부 최우수상인 방일영상을 수상한 김현주(36)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를 따라서 국악 학원에 갔다가 소리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친구가 부르는 ‘사랑가’의 한 대목을 듣고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귀에 들어왔어요.”

그날부터 학원을 따라다녔고, 광주예고와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하면서 소리꾼의 길에 접어들었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 단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아침 연습과 오후 근무가 끝난 뒤에도 하루 3~4시간씩 거르지 않고 소리 공부에 매달렸다. 지난해에도 임방울 국악제 판소리 명창부에서 준우수상을 수상해서 올해가 재도전이었다. 김씨는 “판소리는 하루라도 거르면 그냥 ‘생 목소리’가 되고 말기 때문에 갈수록 소리 공부에 끝이 없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국악제 참가를 계기로 공부한 ‘춘향가’를 바탕으로 내년 3월쯤에는 판소리 ‘춘향가’를 완창하고 싶다고 했다.

방일영상은 임방울 명창의 후원자이자 국악계의 큰 벗이었던 고 방일영 조선일보 고문을 기리기 위해 작년에 제정됐다.

 

<수상자 명단>

◇최우수상=▲농악 일반부 고분도리농악▲판소리 일반부 윤해돋누리(23·광주 북구)▲시조 일반부 윤미애(31·인천 연수구)▲가야금 병창 이영희(34·전주 완산구)▲기악 일반부 김승호(26·광주 동구)▲무용 일반부 이은진(23·광주 남구)

◇우수상=▲농악 일반부 마륵농악 ▲판소리 일반부 강은주(22·전남 진도)▲시조 일반부 이한은(50·경남 양산)▲가야금 병창 임재현(22·광주 남구)▲판소리 명창부 양은희(33·경기도 의정부)▲기악 일반부 선진영(22·서울 성북구)▲무용 일반부 안정욱(32·경기 김포)

◇준우수상=▲농악 일반부 정읍농악▲판소리 일반부 류가양(21·서울 금천구)▲시조 일반부 박형순(47·광주 남구)▲가야금 병창 김수진(21·광주 서구)▲기악 일반부 김치현(23·서울 서대문구)▲무용 일반부 이현경(20·광주 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