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위작 판정 등 영향 미술시장 '빙하기' 오나

신정아 사건에 이어 연이어 터진 한국 미술의 거장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위작 사건 때문이다.

지난 16일 검찰이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그림 2800여점(이중섭 화백의 그림 1069점과, 박수근 화백 그림 1760점)에 대해 위작 판명을 하면서 미술계는 미술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미술관계자들은 미술전시나 기획에 대해 협찬하겠다는 기업들이 씨가 말랐다며 걱정하고 있다. 미술애호가들은 고 이중섭 화백의 아들 이태성씨(58)와 김용수 한국고서협회 고문(69)이 공모자로 지목되자 이젠 유족과 고미술 관계자도 믿을 수 없다고 손사래친다. 문제가 된 위작들은 모두 폐기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감정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자성론도 일고 있다.

▶어떻게 위조했나=검찰이 한국고서협회 고문 김용수씨로부터 압수한 고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위작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서명이 100％ 똑같다. '중섭'이라고 적힌 1000여개의 서명도 정확히 하나로 포개지고, 박수근 화백의 '수근'이라는 서명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한다.

이번 위작들은 20여점 뒤에 '태안중학교 제이학년 이래란'이란 글자가 적혀 있어 50여년 전 당시 여중생이 그린 그림이 확인된데다가 캔버스나 스케치북 등 종이가 1960년대에 제조됐으며 물감에는 1980년 이후 개발된 펄(pearl) 물감에 함유된 산화티타늄 성분이 포함됐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화가가 주로 쓰는 물감과 종이, 액자, 서명 등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데 중요 단서가 된다. 또 위작은 대부분 색감과 선묘, 대칭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아 전문가의 안목 혹은 '감'만으로 진위가 판별되기도 한다. 과학적인 검증방법으로는 방사선탄소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이나 금분가루 분석, 자획구성 등도 사용된다.

명지대 최명윤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이번 위작들에 대해 "진짜 그림 밑에 먹지를 대고 위작에 서명을 넣은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제2, 제3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동열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과장은 "되도록 투명한 유통경로로 그림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미술계 자성론=올해 초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한국 미술품 감정 현황과 주요 실태'에 따르면 한국화랑협회가 1982년부터 2001년까지 서양화를 감정한 결과 의뢰작품 중 이중섭 75.7%, 이인성 55%, 박수근 36.6%, 도상봉 33%, 오지호 28.4%가 위작판정을 받았다.

올해뿐 아니라 20년 전에도 진위 문제가 미술계의 해묵은 논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터지면 항상 그때뿐이었다. 감정위원회가 결성되어도 전문가 부족으로 권위와 신뢰성을 얻지 못했다.

이중섭 평전을 쓴 평론가 최석태씨는 "이처럼 대규모 위작을 유통시킨데는 몸통이 따로 있다. 유족 이태성씨는 매수 희생자인 듯하다"면서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기증작 중에도 가짜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서부터 화랑, 경매업체 등 미술계의 총체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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