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박진희, "시사회 박수갈채 황홀했어요"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비도 맞아 봤고, 가뭄도 겪어봤다.

"이른바 잘나가는 배우가 아니었던 시절도 있잖아요. 덕분에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배낭여행도 할 수 있었죠. 평범하게 보낸 시간이 오늘의 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구름 위에 떠있는 반짝 스타가 아니기 때문일까. 97년 '스타트'로 데뷔한 박진희는 2007년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상반기엔 인기 드라마 '쩐의 전쟁'으로 안방극장 퀸 자리를 거머쥐었으며, 하반기엔 영화 '궁녀'(감독 김미정)로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간 여의도와 충무로를 오가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내공이 열 번째 영화인 '궁녀'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궁중 미스터리'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그는 의녀 천령 역을 맡았다. 궁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역이다. 이른바 CSI 요원처럼, 과학적인 마인드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간첩 리철진'으로 인연을 맺은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가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를 믿으신다는 이야기니까요."

첫 단독주연작이니 부담이 클 터. 김미정 감독의 신념을 확인한 첫 미팅에서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쩐의 전쟁'과 촬영이 겹쳐 스케줄 조정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박진희는 자기 분량이 없는데도 크랭크 업 현장을 지켰을 정도로 이 작품에 애정을 보였다.

이 덕분일까. 시사회 이후 황홀한 박수갈채를 경험했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사건들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가면서 강인한 캐릭터를 빚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그동안은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숲은 보이지 않고 나무만 보였어요. 제 얼굴만 보이니까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어요. 시사회에선 관객들과 함께 흥분해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니까요."

목요일(18일) 개봉 이후 관객 반응도 뜨겁다. 단짝 친구인 배우 최정윤이 대신 대박 꿈도 꿔줬다. 이쯤 되면 첫 단독 주연작에서 홈런을 기대해도 될 법하다.

차기작은 미정. 그러나 더 다채로운 색깔을 얼굴에 입히고 싶다는 목표는 명확하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층적 캐릭터에 자꾸만 끌리는 이유도 끝없는 연기 욕심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 '그래 사는 게 그렇지'라면서 한숨을 내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하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관객들의 빡빡한 일상에 쉼표를 더해주고 싶다는 박진희. 충무로의 사랑 속에서 더욱 화려한 2008년을 맞이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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