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불황'으로 미개봉작 10여편 '애물단지'

낮잠자는 재고영화들…

개봉일 못잡고 눈치만 …3년간 미루기도 제작사 "불황에 P&A 비용이라도 아끼자"

지난해 9월 크랭크업했지만 좀처럼 개봉일을 못 잡던 영화 '특별시 사람들'. 그런데 최근 이 영화가 다음 달 8일로 개봉일을 '전격' 확정했다더니 불과 2주도 채 안 돼 '내년으로 개봉이 미뤄졌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 때문에 개봉 소식에 반색하며 방한 인터뷰까지 했던 유민은 추가 방한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다.

이처럼 충무로에는 다 만들어놓고도 개봉을 못 하고 있는 '비운'의 영화들이 줄 지어 서 있다. '바보' '날라리 종부뎐' '일편단심 양다리' '도레미파솔라시도' '사과' '울어도 좋습니까' '무림여대생' 등이 바로 그것들.

이 작품들은 개봉 일정이 두 세 차례씩 바뀌더니 슬그머니 미개봉작에 이름을 올리는 전철을 밟고 있다.

하지원과 함께 '바보'의 주인공을 맡았던 차태현은 오죽했으면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1년째 장기 숙성중인 영화 '바보' 때문에 나오게 됐다"며 "제발 개봉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나마 1년 '숙성'된 '바보'는 3년째 '발효' 과정에 들어간 '사과'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 이미 2005년 크랭크업한 '사과'는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정작 국내 개봉을 못하고 있다. 제작사인 청어람이 쇼박스와 '괴물'의 투자 배급계약을 하며 배급권을 함께 넘겼지만 개봉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주인공 문소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산고가 크고 팔다리가 없는 아이라도 낳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편단심 양다리'와 '무림여대생' 등은 동남아 등에 선판매까지 했지만, 국내 개봉일을 못 잡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처럼 개봉을 못하는 영화들이 속출하는 이유는 지난해의 이상 호황과 올해의 극심한 불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영화계에 극심한 불황이 덮쳐오면서 각 배급사들은 라인업을 축소하고, 확신이 서지 않는 작품의 경우 10억원 이상 되는 P&A(Print & Advertisement) 비용이라도 아끼기 위해 개봉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이들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들은 어떻게든 개봉을 시키기 위해 해외직배사를 알아보고, 심지어 판권을 내놓기도 하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작품의 홍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확연히 좋아지지 않는 이상 작품들의 재고 누적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갑작스레 개봉일이 정해지다보니 홍보 일정 조정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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