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찬스 일실

〈제3보〉(31~45)=조치훈은 뛰어난 유머감각도 갖고 있다. 지난 여름 삼성화재배 1회전 때 이야기다. 예선통과 기사가 시드 멤버 중 1명을 자신의 상대로 지명하는 방식. 한국의 김기용이 새카만 선배 조치훈을 지명한 뒤 “어릴 때부터 존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조치훈이 답할 차례. “사실이라면 그 표시로 내일 바둑은 져줘야 한다.”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결과는 ‘정말 존경하지는 않는(?)’ 것으로 낙착.

32 맞끊음은 이 경우 단골 수법이다. 33으로 36에 단수치면 참고 1도 10까지 교환이 예상되는데 백으로선 불만 없는 거래다. 37로도 39에 두어 근거의 급소를 박탈하고 싶지만 무리. 참고 2도 13까지 수는 안 나지만 14로 정비 후 A, B 등이 선수여서 맛 좋게 타개한다.

38은 상대에게 “39로 잡을래, 40으로 막을래?”하고 묻는 수. 흑이 43으로 실리를 챙기며 완생했을 때 44가 문제였다. 이 수로 45로 뛰어 44 자리와 맞보았더라면 확실한 백의 우세였으리란 결론. 45가 통렬해 백의 행마가 좀 불편해졌다. 저 유명한 조치훈의 장고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