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장고(長考)와 악수(惡手)

〈제4보〉(46~60)=조치훈의 대국 태도엔 언제 보아도 비장미가 흐른다. 끝없는 장고(長考)는 자신과의 격렬한 투쟁의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착점에 승부사의 고뇌와 혼(魂)이 녹아있다. 심할 때는 자신의 머리칼을 쥐어뜯기도 한다. 이런 동작들은 그의 승부철학이 왜 ‘목숨을 걸고 둔다’인지를 설명해준다.

물경 29분 만에 46이 놓일 때까지 조치훈은 끙끙 앓았다. 그만큼 △이 아팠던 건데, 하지만 46은 ‘장고 끝의 악수’였다. 49의 2단젖힘이 통렬해 51을 차지해선 흑의 등이 두터워진 것. 참고 1도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며 최규병 九단이 내놓은 대안. 그는 조치훈의 조카이기도 하다.

52에도 15분이 소요됐다. 이 수로 참고 2도 1, 3은 4를 당해 못 견딘다. 이제 53이하 60까지는 필연의 진행. 중간 결산을 해 보자. 백이 좌변에 침입해 살기는 했지만 꼬리를 떼주고 두터움까지 빼앗겨선 주도권이 흑에게 넘어간 느낌. 선수를 잡은 흑의 다음 행선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