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둑계? 이세돌에게 물어봐!

요즘 바둑계를 태양계에 비유한다면 이세돌(24)은 붙박이 별(恒星) 태양에 해당한다. 바둑계 주요 일정이 온통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른 기사들은 이세돌의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行星)쯤 돼 보인다. 올 가을 바둑계 주요 일정은 태양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이세돌의 10, 11월 시간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51기 국수전〉 이세돌이 현 국수 윤준상(20)에 도전장을 냈다. 11월 1일부터 도전 5번기가 시작된다. 보유자와 도전자가 바뀐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이세돌의 최근 기세가 워낙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도전자 결정전서 초단 돌풍의 최기훈을 2대0으로 일축하며 파죽지세로 국수 입성(入城) 준비를 마쳤다.

〈제12기 GS칼텍스배〉 이세돌이 2연패(連覇)를 겨냥 중인 가운데 11월 3일부터 도전 5번기에 돌입한다. 상대는 이세돌 천하 제패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른 박영훈(22)이다. 박영훈은 본선 리그서 7전 전승으로 도전권을 따냈다. 두 기사는 공교롭게도 26일 십단전, 27일 맥심배서 연속 격돌, 첫 본격 번기(番棋) 맞대결에 앞선 리허설(?)도 치르게 됐다.

〈제35기 명인전 결승〉 본선 리그서 1위에 올랐던 이세돌과 2위 조한승(24)이 최종 결승 5번기를 펼치고 있다. 현재 이세돌이 2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3국이 30일 강원랜드서 벌어진다. 이 판으로 이번 결승 시리즈가 마감될 수도 있다.

〈국제대회〉 이세돌은 현재 제12회 LG배 8강, 제12회 삼성화재배 4강에 진출해 있다. LG배는 내달 12일부터 도쿄에서 8강 및 4강전이, 삼성화재배는 20일부터 유성에서 준결승 3번기가 각각 치러진다. 두 국제기전 모두에 아직 ‘살아 있는’ 기사는 세계적으로 이세돌이 유일하다.

◆몇개나 추가할까=이세돌이 현재 보유 중인 타이틀은 총 6개인데 22일 바둑왕전 탈락이 확정됨으로써 실제론 5관왕이다. 내년 초까지 최고 9관왕 등극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두 자릿수 제패는 98년 이창호(11관왕) 이후 맥이 끊긴 상황. 그러나 이세돌은 이 밖에 기성전(8강) 십단전(24강) 맥심배(16강) 등에서도 순항을 계속 중이어서 그 벽을 넘을 수도 있다.

◆본인의 각오와 전망=당사자인 이세돌은 신중하다. “모든 기전서 승리하는 게 목표”라면서도 “하나같이 껄끄러운 상대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영훈은 실수가 없고 계산이 뛰어나다는 점, 윤준상은 맞대결 기회가 적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표시했다. 2대0으로 앞서 있는 명인전에 대해서도 “한승이 형에겐 편하게 이긴 판이 드물다”고 했다. 역대 상대 전적은 박영훈에게 10승7패, 조한승에겐 16승11패로 앞서있다. 윤준상과는 2005년 2판을 겨뤄 1승씩 나눠 가졌다. 이세돌은 “기전 중에선 국수전이 도전 자체가 처음이어서 특히 욕심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변수들=이세돌은 10월 한 달 간 해외대국 포함, 18국이 잡혀 있다. 원정 기간 등을 감안하면 쉬는 날이 거의 없다는 뜻. 21일에도 중국리그에 다녀왔는데 한 번 나들이하면 3~4일이 소요된다. ‘살인적 스케줄’이 가장 큰 적인 셈이다. 이세돌의 친형인 이상훈(32) 六단은 이와 함께 동생의 ‘완벽주의’도 우려한다. “졌을 때 후유증이 큰 타입이어서 중요한 판에 제동이 걸릴 경우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