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역 변신 오다기리 죠, 오! 기다렸죠"

오다기리 죠, 오다기리 죠, 오다기리 죠….

정말 이 배우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아이돌’류의 스타성을 지녔음에도 언더그라운드 감성의 역을 주로 원했던 그. 주류일 것 같으면서 마이너적 감성을 물씬 풍기는 그가, 이번엔 무척이나 대중적인 역으로 변신했다. 무덤덤하게, 혹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감정을 다스려내는 그의 모습에서 또 다른 오다기리 죠가 보인다.

25일 개봉(전체관람가)하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에서 그는 암 투병을 하는 어머니를 통해 그녀의 사랑을 다시 곱씹는 청년으로 변신했다. 이런 성장 스토리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수십 번도 더 그려졌을 내용이지만, 그래서 70년대 신파극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독백에서 드러나는 젊은 감성은 20~30대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자기 성찰적이다.

일본에서 200만부 넘게 팔린 릴리 프랭키의 원작 소설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번 영화는 일반적으로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 잘려나가는 감성이나, 작가 특유의 재기 발랄한 톤을 잃지 않으려 고생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일본 영화 특유의 밋밋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신 조연들의 연기와 곳곳에 숨겨진 웃음 코드로 잘 극복해내 2시간 20분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60년대 팍팍했던 탄광촌의 모습에 담겨 있는 판잣집이나 속이 파인 프라이팬, 녹슨 철로 등 세부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늙은 어머니의 모습은 대배우 키키 키린이, 젊은 어머니는 실제 딸인 우치다 아야코가 맡아 더욱 사실성을 더했다. 무엇보다 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패션의 오다기리 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충분히 즐겁다. 개봉 주 박스 오피스 1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지만 영화만큼 인기가 있진 않았다.

생활력 있고 활달한 어머니에게 자유 분방한 아버지는 한여름 소나기처럼 들이닥쳤다 또 도망간다. 주인공 마샤아는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가 사는 탄광촌에 이사를 왔지만, 아버지의 기질 때문인지, 도시로 떠나고 싶어한다. 운 좋게 미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된 자취 생활 이후 어머니가 부쳐주는 돈으로 술과 담배를 사고, 매일 잠이나 자는 무력한 인간이 돼 간다. 미술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미 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는 아들의 대학 졸업장 하나만 바라보며 그의 뒷바라지를 한다. 사채 빚과 어머니 투병 이후 정신 차린 주인공은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아 돈을 벌고, 도쿄로 엄마를 데려와 병간호하며 그녀를 위해 살아간다.

주인공이 자주 내뱉는 ‘구루구루(빙글빙글)’처럼 그에게 인생은 처음과 끝, 좋고 나쁨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문제다. 어머니의 병실 앞에 서 있는 도쿄타워는 아버지 세대의 꿈과 방황, 젊은이들의 환상의 교집합 속에서 변함없이 우뚝한 모습이지만, 그걸 바라보는 이의 머릿속은 걱정과 고민, 즐거움과 방황으로 ‘빙글빙글’ ‘빙글빙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