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연극의 과거이자 미래”

―‘사랑의 헛수고’는 어떤 작품인가. 영국에서의 반응도 궁금하다.

“젊은 왕과 친구들이 프랑스에서 외교사절로 온 공주와 그녀의 친구들에 반해 금욕서약을 깨면서 벌어지는 소동이다. 여자가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셰익스피어 작품도 없다. ‘진정한 사랑은 결과와 관계없이 값지다’는 메시지가 담겼는데, 런던에서는 호평받으며 흥행했다.”

영국 글로브 극장 예술감독 도미닉 드롬굴(Dromgoole·44)은 23일 오전 서울에서 ‘실종’됐다. 스태프 회의는 펑크 났고, 인터뷰 자리에도 50분 늦게 나타났다. 글로브 극장은 셰익스피어(1564~1616)가 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했던 야외극장(1491석)으로, 1613년 불타 사라졌다가 1997년 재건됐다. 지난 7일 런던에서 셰익스피어 희극 ‘사랑의 헛수고’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친 드롬굴은 “지쳐 시체처럼 잤다”며 미안해했다. 그가 연출한 ‘사랑의 헛수고’(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폐막작이기도 하다. 글로브 극장의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것으로 알려진 작품들의 원작자는 그가 아니다’는 주장이 최근 영국에서 제기됐다.

“(정색하며) 헛소리(bollocks)다. 그런 말 나온 지 180년쯤 됐는데, ‘외계인이나 CIA(미국 중앙정보부)가 세계를 지배한다’쯤의 부질없는 음모론이다.”

―올 시즌 주제를 ‘르네상스와 혁명’으로 잡았는데.

“글로브 극장엔 ‘셰익스피어를 품어야 한다’는 임무가 있다. 16~17세기 글로브 극장은 연극사적으로 혁명적 진보를 이뤘다. 재건 후 내가 예술감독을 맡기 전까지 공연되지 않았던 15편의 셰익스피어 작품 중 올해 ‘오델로’ ‘베니스의 상인’ ‘사랑의 헛수고’를 올렸다. 쓰러졌던 글로브 극장을 다시 일으킬 땐 ‘과거의 복원’을 꿈꿨지만, 이젠 장차 연극·극장·관객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