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 25세 ‘클래식 중국’을 깨우다

베이징 현지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 베이징 음악제 10주년을 맞아 서로 다른 10개의 협주곡을 연주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중국에서 처음 연주하는 협주곡도 있지만 바렌보임·에센바흐 같은 거장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문화 혁명으로 1970년대 클래식 음악의 전통이 사실상 단절됐다. 하지만 1982년 중국 셴양에서 태어난 랑랑은 중국이 세계 음악계의 중심으로 편입하고 있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1970년대에 중국은 서양 음악을 들을 수도, 연주할 수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란과 다를 바 없었다. 아버지 세대에게는 비록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자식들만큼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랑랑의 아버지는 중국의 전통 악기인 얼후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랑랑은 “나 역시 강도 높은 훈련과 연습 과정을 거쳐야 했고, 즐기면서 음악을 연주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세대가 문화혁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면, 우리는 경쟁과 연습 때문에 ‘골치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랑랑의 부상과 함께 중국의 거센 ‘클래식 음악 열풍’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중국에서 피아노를 정기적으로 배우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36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랑랑은 “2001년쯤에는 2000만 명 정도였지만 최근 360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세계 음반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중국의 클래식 음반 판매량은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랑랑은 1995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01년 뉴욕 카네기 홀 데뷔 연주회에서 전석 매진과 함께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국제 스타’로 급부상했다.

랑랑은 10여 년 전에 중국 음악계에서 회자됐던 우스갯소리를 전했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중국의 초등생들은 천재적이지만, 중·고교를 거치면서 단지 재능있는 정도로 떨어지고, 대학생이 되면 바보가 되고 만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직 유아 음악 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학 교육이 낙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커티스 음악원이나 줄리아드 같은 명문 학교와의 격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언젠가는 그 격차도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랑랑 피아노 리사이틀, 11월 3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02) 541-6234